8월, 2025의 게시물 표시

어쩌다 거룩하게, 읽다가 뼈 아프게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이 있었는데 , 미국 루터교회 소속 여성 목사인 나디아 볼즈웨버 Nadia Bolz-Weber 의 ‘ 어쩌다 거룩하게 ’ 라는 책이었습니다 . 매대에 서서 잠깐 책을 훑어보다가 저자까지 구글링을 해보게 되었는데 ,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왔지 ? 라는 생각이 들며 무척 흥미로워졌습니다 . 나디아 볼즈웨버라는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 보시면 , 혹은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읽게 되신다면 알게 되실텐데 , 그의 몸은 크고 화려한 타투로 가득하며 , 아주 큰 장신에 , 취미로 크로스핏을 계속 하고 있는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 사진과 인물 소개 초반만 보고 이 사람은 당연히 찐부치 누님 ( 레즈비언 , 외향적 , 활동적 , 주로 단발 숏커트와 바지 착용 )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 남자와 결혼한 , ( 적어도 ) 바이조차 아닌 헤테로 여성이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 그의 소속 교단이 다른 무엇도 아닌 ‘ 루터교 ’ 라는 것에 두 번 놀라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선입견들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 크로스핏을 즐기며 , 온 몸이 문신으로 뒤덮여 있는 이 ‘ 이성애자 ’ ‘ 루터교회 ’ 여성 목사는 당연히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 ‘ 이런 사람이 왜 퀴어가 아니지 ?’, ‘ 이런 사람이 무슨 사연으로 어쩌다 루터교 목사가 된 거지 ?’, ‘ 한국에서 누가 , 무슨 생각으로 , 어떻게 이 책이 번역될 수 있었던 걸까 ?’ 와 같은 질문과 함께 책을 읽어가며 , 제가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것은 목사는 어떤 존재이며 , 어떻게 믿고 , 일하고 , 살아야 하는가 ? 같은 생각들이었습니다 . 나디아 볼즈웨버는 다양한 인종과 성별 배경의 퀴어 , 환자 , 중독자 , 장애인 , 보수주의자 , 성폭력 피해자 , 자살유가족 , 정신병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목회했던 경험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책...

나이 먹은 날

  생일이 지났습니다 . 덩달아 미국식으로도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되었다는 것이 ,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 가게 합니다 . ( 한국식으로 )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 1 월부터 8 월까지 벌써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 한국으로 귀국을 결정하고 , 정말로 돌아오게 되었고 , 부모님께 재차 커밍아웃을 했고 , 서울에 집을 구하고 , 새로운 직업 교육도 받았습니다 . 한국에 돌아온 후 몇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 미국에서 몇 년을 보냈던 시간만큼 시간이 지난 것 같이 느껴지고 있기도 합니다 . 아마 미국에서도 ,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구체적인 진로와 길이 정해져 있지 않고 손에 잡히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 지금의 제가 목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 더 정확히는 퀴어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존재하려는 목사로서 ‘ 한국에서 ’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글을 쓰고 , 성서 해석을 나누고 , 전하지 못하는 설교를 다만 문자로 남겨두는 정도입니다 . 그 일이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더 성실히 , 열심히 해야 할 텐데 , 그런다고 밥이나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 무엇이라도 새로운 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의심과 회의가 저를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 사실이 일정 부분 섞여 있는 굉장히 그럴듯한 핑계입니다만 , 사실 가장 큰 원인은 저의 게으름입니다 . 나이도 한 살 더 먹은만큼 , 영적인 일에도 , 실제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조금 더 부지런을 떨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3 월에 귀국하면서 , 당분간은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바로 운동을 시작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몸을 만들고 , 살도 좀 왕창 뺀 다음 누구라도 만나야 하겠다고 계획했지만 , 8 월도 저물어 가는 지금까지 운동을 위해 몸에서 어디라도 까딱조차 안하고 있으면서 , 정작 소식을 전하고 만나고픈 사람들과 만나려는 것은 뒤로 미루고 망설이기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 장례지도사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나면 , 교대 근무로 주일...

(한국) 교회는 망할텐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한국에 돌아와서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 한국인이니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 무엇인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들마저 다시 그저 한국인 1 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있습니다 . 지난 몇 차례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 다시 목사일 수 있을까 ?” 입니다 . 작은 공동체였지만 , 제가 미국에서 섬기던 뉴저지 하늘뜻교회는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목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 온라인 예배 중심이었지만 , 매주 설교와 예배 인도를 하고 , 때때로 모여 성찬과 식탁 교제를 나누며 저로 하여금 그야말로 ‘ 퀴어 목사 ’ 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곳이었습니다 .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 언제 다시 제가 퀴어인 그대로 목사일 수 있을지 여전히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 한편으로는 세월만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고 ,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 그래서 그저 한국인 1 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 막상 다시 한국에 들어와 보니 , 여전히 한국에서는 퀴어인 그대로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하는 것부터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 교회는 혐오의 선봉에 서서 퀴어 사람들을 미워하라고 , 미워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고 , 퀴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 ( 그 몇 년 사이에 ) 이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습니다 . 한국 사람들은 이제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야 마땅하고 한국교회가 치러야 할 대가이며 업보지만 , 교회를 넘어 예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 예수가 전하고 가르친 그 진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지금이 ,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 생각하면 참담하고 마음 아픕니다 . ...

레위기: 퀴어 사람들을 부르시는 퀴어 하나님 (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정말 아주 오랜만에, 퀴어 관점에서 성서 해석을 담은 글을 올립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필요한 분에게 필요한 은혜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제사를 통해 이루어진 하나님과 사람의 교제는 그 근거를 사람이 드린 제물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 제물을 받으시는 하나님 곧 구약 성경이 뜻하는 바대로 말한다면 제사를 명하셔서 속죄를 하게 하시고 자신과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이 품으신 구원의 의지 에 두고 있다 .” ( 독일성서공회 해설 ‘ 레위기 ’ 중 )   레위기의 히브리어 원 제목은 ‘ 그리고 그가 부르셨다 .’ 입니다 . 이는 레위기가 ‘ 주님께서 모세를 회막으로 부르시고 , 그에게 말씀하셨다 ’( 레위기 1 장 1 절 , 새번역 ) 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성서에서 ‘ 레위기 ’ 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 부르셔서 ’ 그에게 말씀하고 가르치신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 것입니다 . 하나님은 히브리 사람들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구출해 내어 그곳을 탈출할 수 있도록 하시고 , 이제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자 ‘ 하나님의 백성 ’ 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가지고 살게 하셨습니다 . 그런데 문제는 , 전에 노예였던 이 히브리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자유인으로 , 그리고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사는 것에 있어 새로운 삶의 질서와 그들 스스로를 위한 규칙들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 모세 오경 중 세상의 창조와 히브리인들의 전前역사를 다루고 있는 창세기와 그들의 이집트 탈출에 대한 기록인 출애굽기를 제외한 나머지 레위기 , 민수기 , 신명기는 각각 이제 노예가 아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필요한 각종 규칙과 생활방식에 대한 안내 ( 레위기 ), 광야에서의 삶과 여정에 대한 기록 ( 민수기 ), 앞으로의 삶과 여정에 대한 당부와 경고 ( 신명기 ) 등을 담고 있습니다 . 다 필요 없이 , 쉽게 이야기하면 , 레위기의 그 수많은 제사 방법에 대한 규정들과 위생 , 금전과 토지거래 , 성윤리 등 삶과 관련된 여러...

“격려를 받겠습니다.”

  체했는지 , 더위 때문인지 ,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에 가야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인데 , 너무일찍 일어나 버렸습니다 .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주일 새벽 4 시 54 분입니다 . 소화제를 챙겨먹고 , 에어컨을 튼 다음 , 어차피 체기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잠을 못 잘 것 같아 , 얼른 글을 끄적거려 봅니다 . 한국에 온지 다섯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 한국에 오자마자 부모님에게 다시 커밍아웃을 하고 , 서울에 집을 구하고 , 로뎀나무그늘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 직업교육을 받았습니다 . 미국에서부터 말썽이었던 치과 진료도 드디어 받았는데 , 부러진 이빨은 치료 혹은 제거 후 당분간 그대로 두고 살기로 했고 , 다른 곳들도 적당히 쓸만큼 더 써보는 방향으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 7 월에 장례지도사 교육이 끝나고 , 몇 주 다시 백수와 한량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 몇 군데 이력서를 내긴 했지만 , 그야말로 요식적인 것이었는데 , 다음주부터는 정말로 될 만한 곳 , 될 수 있을 법한 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해야 합니다 . 돈을 벌지 않고 마냥 놀 수 없기도 하고 , 이왕 배운 기술이 있으니 일단 부딪혀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여전히 설교가 무척 하고 싶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 목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 무엇을 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 다시 많이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 전에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 당장 어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는 , 아무래도 아직 , 내가 목사라는 생각이 , 목사이고 싶다는 생각이 크고 ,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 같습니다 . 어디서 어떻게 목사를 할 수 있을까 ? 한국에 온 이후로 점차 글을 작성해서 올리는 빈도가 줄어든 이유는 , 물론 더 바쁘고 정신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 사실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뭔가 동어 반복 , 특별히 계속해서 힘들고 어려우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