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퀴어 사람들을 부르시는 퀴어 하나님 (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정말 아주 오랜만에, 퀴어 관점에서 성서 해석을 담은 글을 올립니다. 더 분발하겠습니다. 필요한 분에게 필요한 은혜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제사를 통해 이루어진 하나님과 사람의 교제는 그 근거를 사람이 드린 제물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물을 받으시는 하나님 곧 구약 성경이 뜻하는 바대로 말한다면 제사를 명하셔서 속죄를 하게 하시고 자신과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이 품으신 구원의 의지에 두고 있다.” (독일성서공회 해설 ‘레위기’ 중)
레위기의 히브리어 원 제목은 ‘그리고 그가 부르셨다.’입니다. 이는 레위기가 ‘주님께서 모세를 회막으로 부르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레위기 1장 1절, 새번역)는 구절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성서에서 ‘레위기’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부르셔서’ 그에게 말씀하고 가르치신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히브리 사람들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구출해 내어 그곳을
탈출할 수 있도록 하시고, 이제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자 ‘하나님의 백성’ 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신분을 가지고 살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에 노예였던 이 히브리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자유인으로, 그리고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사는 것에 있어 새로운 삶의 질서와 그들 스스로를 위한 규칙들이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모세 오경 중 세상의 창조와 히브리인들의 전前역사를 다루고 있는
창세기와 그들의 이집트 탈출에 대한 기록인 출애굽기를 제외한 나머지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는 각각 이제 노예가 아닌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필요한 각종 규칙과 생활방식에 대한 안내(레위기), 광야에서의 삶과 여정에 대한 기록(민수기),
앞으로의 삶과 여정에 대한 당부와 경고(신명기) 등을 담고 있습니다.
다 필요 없이,
쉽게 이야기하면, 레위기의 그 수많은 제사 방법에 대한 규정들과 위생,
금전과 토지거래, 성윤리 등 삶과 관련된 여러 구체적인 율법 조문들은 결국 이스라엘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기초, 기강 바로 세우기라고 이해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광야에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질서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그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과 관계를 맺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으로서 여러
제사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레위기의 이 여러 조항들은 사실 우리가 레위기를
읽기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끼게 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고 있지만, 거기 담겨 있는 의미는 실상 이 어린
아이와 같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하나님이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들, 이 사람들이 광야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 그들의 공동체를 보존하고 유지하며 공멸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규칙들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규칙과 규정들이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히브리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퀴어 사람들에게 레위기는 특별히 조금 더 어렵고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레위기에는 우리의 마음을 할퀴고 긁는 것과 같은 구절들, 성서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다는 근거로 잘 활용되는 대표적인 구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너는 여자와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안 된다. 그것은 망측한 짓이다.” 레위기 18장 22절, 새번역
사실 이미 상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이해하고 있듯이,
이 구절을 포함해 레위기의 많은 규정들은 오늘 이 시대에 문자 그대로 지키기에는 무리가 있고, 문제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레위기의 율법 규정들을 모두 지켜가며 살고
있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구절 하나만 두고 이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지켜야 하는 것인지를 논하고 해석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무의미합니다. 남성 청자에게 너는 여자와 교합하듯 남자와 교합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 구절이
절대적인 것이라면, 그러면, 성서에 여성들을 향해서 ‘남자와 교합하듯 여자와 교합하면 안 된다’는 구절은 없으니 성서는 남성 간의 동성 성행위만
반대하고 여성 간의 동성 성행위는 해도 괜찮다고 허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레위기의 다른 율법 조문들,
돼지고기나 비늘이 없는 물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고 있는 것, 합성 섬유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는 구절들 모두 금과옥조로 여기고 지금도 최선을 다해
지켜야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일 수 있는 것일까요?
성서가 말하고 가르치고 있는 진리는 그렇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설령 아주 근본주의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모든 율법 조문을 세세하게
하나 하나 지키며 살고 있지 않습니다. 아니 근본주의자들은, 이 모든
율법 조문들을 문자 그대로 지키려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단이라고 정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 동성애에 대한 구절만큼은 문자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들은 그저 자기들의 보기 싫고 불편하기 때문에,
이 하나님의 말씀을 자기들의 편의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말 간교하게
사람들을 속이고, 마귀처럼 분열과 싸움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성서의 말씀을 행하고 지키며 사는 것에 있어,
특별히 레위기를 해석함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문자 그대로 지키고 행할 수 있을 것인지가 아닌,
그 레위기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이 어디이고, 그 레위기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며 생각하고, 행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글을 시작하며 정리한 것처럼,
레위기는 이제 막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이 된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시 자신들을 재정체화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로운 기초가 될 내용들을 지시하고, 그것을 토대로 그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었다. 나는 주다.” 레위기 22장 33절, 새번역
“나 주가 거룩하니, 너희도 나에게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너희를 뭇 백성 가운데서 골라서,
나의 백성이 되게 하였다.” 레위기 20장
26절, 새번역
레위기의 가장 큰 골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백성다운 삶을 살며,
그래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이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레위기의
수많은 율법 조문들이 존재하며, 그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즉,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사람들, 하나님의 백성을 위해 그들을 노예의 신분에서 해방시키기도 하시고,
그들의 광야 생활을 인도하며 지키고 보호하기도 하시며, 그런 그들이 끝내 자기들의
죄와 잘못을 스스로 감당해내지 못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하나님 사이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들이신 예수를 죄사함을 위한 희생 제물이 되도록 하신 분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관계 맺고,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미쳐 있는 사랑으로 가득한 존재이십니다. 그런 하나님께서 동성애자를,
트랜스젠더를, 모든 퀴어 존재들을 포기하며 버려두고, 저주하며 죄인이라고 낙인 찍어 하나님과 함께하지 못하도록 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레위기의 하나님조차 그런 분이 아니십니다.
레위기에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예수께서 친히 인용하셨던 아주 유명한 구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 백성끼리 앙심을 품거나 원수 갚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다만 너는 너의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여라. 나는 주다.” 레위기 19장 18절, 새번역
이 구절의 구조와 의미는 단순합니다.
주께서 모든 사람을 지으셨고 사랑하셨으니, 딱 그만큼,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한 ‘나’라는 존재가 귀하고,
그렇게 내가 귀한만큼, 다른 사람들을 서로가 귀하게 여기라는 것입니다.
이 구절에는 어떤 배제나 혐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하라는 것, 내가 그런 ‘주’이기 때문에 너도 너 자신을 그렇게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며 사랑하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레위기의 핵심입니다. 레위기를 통해 이스라엘 사람들을 자기 백성 삼으려 하셨던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고 원하시는 것입니다.
레위기의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외국 사람이 나그네가 되어 너희의
땅에서 너희와 함께 살 때에, 너희는 그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와
함께 사는 그 외국인 나그네를 너희의 본토인처럼 여기고, 그를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너희도 이집트 땅에 살 때에는, 외국인 나그네 신세였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레위기 19장
33-34절, 새번역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방인,
외국 사람들까지 억압하지 말고, 그들을 너희의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 하나님,
내가 너희의 주님이라면 너희는 이 명령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신 그 하나님이 과연 오늘 이 시대에, 단지 이성애자가 아니라고 해서, 성별의 구분과 분류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사랑의 방법과 대상이 다르다고 해서 퀴어 사람들을 내몰고 사랑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실까요?
레위기에,
그런 하나님은 없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 모두를 그분의 사람으로,
그분의 장막 안에 초대하며 부르고 계십니다. 레위기 읽기가 더 이상 혐오에 대한
갈등과 염려가 아닌,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하심에 대한 확신과 환대의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축복해
봅니다.
퀴어 하나님께서 퀴어 사람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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