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망할텐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한국에 돌아와서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한국인이니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무엇인가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들마저 다시 그저 한국인 1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생각이 복잡해질 때가 있습니다.
지난 몇 차례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다시 목사일 수
있을까?” 입니다. 작은 공동체였지만, 제가 미국에서 섬기던 뉴저지 하늘뜻교회는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그 모든 것과 상관없이 목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온라인 예배 중심이었지만, 매주 설교와 예배 인도를 하고, 때때로 모여 성찬과 식탁 교제를 나누며 저로 하여금 그야말로 ‘퀴어 목사’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곳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언제 다시 제가 퀴어인 그대로 목사일 수 있을지 여전히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한편으로는 세월만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서야
하는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한국인
1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다시 한국에 들어와 보니, 여전히 한국에서는 퀴어인 그대로 그리스도인으로 존재하는
것부터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교회는 혐오의 선봉에 서서 퀴어 사람들을 미워하라고, 미워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고, 퀴어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그 몇 년 사이에) 이제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교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야 마땅하고 한국교회가 치러야 할 대가이며 업보지만, 교회를 넘어 예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예수가 전하고 가르친 그 진리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 지금이,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생각하면 참담하고
마음 아픕니다.
한국 교회는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질 것을 예언하신 말씀처럼,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무너질’ 것입니다. 이미 맛을 잃어버린 소금과 같은 한국 교회를 한국 사람들은 거리에 패대기치며 버리고 있지만, 정작 한국교회만 여전히 그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짠 맛을 내며 죽어 있는 것을 살리고,
생명을 보존하고, 사랑을 전해야 할 교회가, 쓴 맛을 내며 살아있는 것들조차 죽어버리게 만들고, 자기 공동체의 번영과 보존을 위해서만 힘쓰며,
세를 과시하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버림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한국교회는 혐오라는 쓴 맛을 내고 있습니다.
욕심을 자랑하고 과시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말하는 것이 이상한 공동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거기 예수님의 자리가 없는 것처럼, 저의 자리도 없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자리가 좀 잡히고,
생계를 유지할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되고 나면, 내년 정도에는 다만 몇 명의 퀴어,
앨라이들을 모아 함께 모여 예배하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롸?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처음부터 단기 매물이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곧 계약 연장이나 새로운 집을 구해 이사하는 것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
그리고 지난 몇 달간 배워 놓은 기술을 얼른 써먹기 위해서라도 빨리, 조금 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선뜻 그러지 못하는 것에는 역시, 여전히 미련과
망설임이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음주면 한 살을 더 먹게 되는데,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며 살고 있는 것 같아 제가 저도 답답하지만, 계속 살 거라면
얼른 무엇이라도 한걸음을 내딛어야겠지요.
지금 이 시대의 한국에서,
여전히, 예수가 필요한 퀴어 사람들이 있을까요?
적어도 저는,
여전히 예수가 필요합니다. 예수가 밥을 주고 일자리를 줄지 그건 모르겠지만,
제가 저로 존재하는 것을 저는 스스로 못하겠는데, 제가 믿는 예수가 적어도 저에게는
그것을 가능할 수 있게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가 가르치는 것처럼,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저도 그렇게 믿었던 것처럼, 예수가 밥도 주고 돈도 준다면
참 좋겠지만, 이제 저는 그것 때문에 여전히 예수를 믿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가 알고 믿고 있는 예수가,
퀴어인 저를 인정하고 그대로 사랑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믿고 있습니다. 그 예수가
저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제 마음을 이제는 제가 잘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가 해야 할 일이나,
필요한 곳이 있다면 마땅히 행하고 갈 수 있도록 딱 그만큼만 저에게 해주시기를 살짝 기도해 봅니다.
뭔가 대단한 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작했던 글이 오늘도 방향을 잃고 표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느린 제가 저도 답답하지만,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으니, 그리고 가만히 주저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니, 느려도 무어라도 하고 있는 것, 답답해도 하고 있는 생각들을 계속 꾸준히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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