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를 받겠습니다.”

 체했는지, 더위 때문인지,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에 가야해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인데, 너무일찍 일어나 버렸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주일 새벽 4 54분입니다.

소화제를 챙겨먹고, 에어컨을 튼 다음, 어차피 체기가 가라앉기 전까지는 잠을 못 잘 것 같아, 얼른 글을 끄적거려 봅니다.

한국에 온지 다섯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오자마자 부모님에게 다시 커밍아웃을 하고, 서울에 집을 구하고, 로뎀나무그늘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직업교육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부터 말썽이었던 치과 진료도 드디어 받았는데, 부러진 이빨은 치료 혹은 제거 후 당분간 그대로 두고 살기로 했고, 다른 곳들도 적당히 쓸만큼 더 써보는 방향으로 유지될 것 같습니다.

7월에 장례지도사 교육이 끝나고, 몇 주 다시 백수와 한량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내긴 했지만, 그야말로 요식적인 것이었는데, 다음주부터는 정말로 될 만한 곳, 될 수 있을 법한 곳에 이력서를 보내고 본격적인 구직 활동을 해야 합니다. 돈을 벌지 않고 마냥 놀 수 없기도 하고, 이왕 배운 기술이 있으니 일단 부딪혀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설교가 무척 하고 싶은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목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무엇을 하는 사람이어야 할까? 다시 많이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전에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당장 어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아직, 내가 목사라는 생각이, 목사이고 싶다는 생각이 크고,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 같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목사를 할 수 있을까?

한국에 온 이후로 점차 글을 작성해서 올리는 빈도가 줄어든 이유는, 물론 더 바쁘고 정신이 없어진 탓도 있지만, 사실 어느 것 하나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뭔가 동어 반복, 특별히 계속해서 힘들고 어려우며, 고민이 많다는 류의 글 말고 다른 근황 어떤 것을 전할 수 있을지 답답하고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읽어 주시고 저의 삶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전히 실패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수치심과 우울감에 잠에서 깨고 또 잠에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개월, 집도 구하고, 교회도 나가고,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기술도 배우며, 구직 활동도 하고원래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 것이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그 일을 했던 저를 누구라도 알아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엊그제는 없는 살림에 문자 그대로 카드 빚을 내어 차를 빌려 광주에 다녀왔습니다.

그냥, 운전이 하고 싶었습니다. 광주는 제가 군목에서 민간인이 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복무했던 곳이기도 했고, 마침 교회 사람들 몇이 함께 모이게 되어 가게 된 것인데, 그냥 마냥, 운전이 하고 싶어서 차를 빌려서 갔습니다. 덕분에 빠듯한 살림에 또 약간의 빚을 더하게 되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어 지른 것인만큼, 그냥 또 무던히 감당을 해야겠지요.

어쨌든 살아 있습니다. 미국 나이, 아직은? 이제는 한국 나이로도 며칠 뒤면 다시 한 살을 먹게 되고, 다시 새로운 1년을 시작하게 됩니다. 한 것 없이 나이만 들고 있는 것이 참답답하고 어지러워 다시, 하늘만 쳐다봅니다.

요즘,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은, 교회에 갈 수 있을지, 그전에, 다시 조금이라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덕분에 글을 쓰고, 덕분에 소식을 전합니다.

이 글의 제목은,

격려를 받겠습니다.”

 


의견/문의사항 DM

Bluesky: https://bsky.app/profile/ryaninnj.bsky.social

Twitter: https://twitter.com/newshin1983

 *논쟁이나 욕설이 목적이 아닌 문의나 (반가운) 안부 인사를 담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루스카이 DM은 언제나, 누구나 환영합니다.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Venmo: @RyanJShin

하나은행 18391029397907 신**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두 번째 커밍아웃, 그리고…

다음주면 아파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