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는 마음, 믿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쪽 사람들과 교류 용도로 만들었다가, 이제는 주계정이 되어버린 계정을 닫았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며 처음 만들었던 일반 계정은 살아 있지만, 그 계정은 제대로 사용한지 이미 한참 오래되어, 일반 친구들 중 이미 커밍아웃을 한 몇몇 친구들을 초록별로 묶어 두고 이쪽 계정 스토리에 올린 것과 동일한 내용을 거기에도 올리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서, 이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일상과 근황을 공유하고 전시하는 행위를 모두 중단한 것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인스타그램 스토리 게시를 반복하다가 어느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 행위에 매몰되고 마음을 빼앗겼을 때, 그 마음이 집착이 되고, 외려 고통을 가중하게 되는 것을 참 많이 경험했습니다.
불교의 교훈과 수행의 방향처럼, 혹은 전에 어떤 선교사님의 잘 팔렸던 책 제목처럼, 쥐고자 할 때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오랜 시간과 그동안의 실패를 통해 배웠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물이 필연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때로는 멈추고 기다리며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Let them go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저는 머리로 알고 있었던 그것을 제대로 행동하고 실현하진 못해서 도리어 여러 인위적인 노력들이 나와 상대방을 괴롭게하고 더 나아가 파괴하는 경험들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나이가 들어 힘이 빠져서 그런 것인지, 그런 억지 노력을 시도하고 시행할 기운이 없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그 끝이 어땠는지 그 처참했던 실패들이 이제 교훈이 되고 인이 박혀, 제가 저에게 멈추고 흘러가게 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신호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여전히, 성격 급하고 또 인정받기 좋아하는 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외적, 내적 조건들이 그닥 변변치 않았기에 딱히 주목받거나 사랑받았던 기억이 크게 없었던 저에게, 그저 멈추고, 가만히 있는 것은, 고통스럽고, 초조하며, 불안에 불안을 더하는 상태를 촉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의 몇 사람에게 이미 나눈 것처럼, 8월 생일이 지난 이후, 나이 듦에 대한 여러 초조함이 한꺼번에 몰려왔습니다. 관계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미래나 부모님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견딜 수 없는 실패감들이 그 초조함을 더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 상태를 마주하고 깨닫는 순간, 오히려 멈추고 가만히 있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제 상태와 상황을 공유하는 것,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 몸부림치며 내가 이렇게 힘들고, 생각도 많고, 답답하다고 광광대는 것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괜찮지 않은 상태와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환경이나 생계 때문이 아니라면, 다시 당장 일을 그만두고 싶고, 아무도 없는, 모르는 곳에서 하루 종일 OTT나 보며 지내고 싶은데, 숨 쉬고 지낼 정도의 돈은 벌어야 하니 그럴 수 없다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정도입니다.
다시 언제 목회를 하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초조함에 호흡이 가빠서, 그래서 도리어 멈추고, 소리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믿고 있는 하나님을 향한 일종의 오기이기도 합니다. 여태까지 이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어디 더 가만히, 더 깊은 곳으로 숨으면 어떻게 하실지, 거기서 그래서 죽기까지 냅두실 것인지, 아니면 거기서라도 찾아내셔서 뭐라도 하게 하실 것인지, 두고 보려는 것입니다.
제 믿음의 정도와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배운 것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은 배운 그대로, 그래도 해보려는 정도일 뿐입니다. 내 노력을 중단하고 멈춰 서서 주의 음성을 들어야 할 때라는 마음 때문에, 그런 신호인 것 같다는 생각에 멈춰 서 있어 보기로 한 것입니다.
필요 없는 사람이면, 필요가 없으니 사라질 것이고, 쓸모가 있으면 어떻게든 찾고 발견되어 쓰임이 있겠지요. 풀리고 더 커질 관계라면 또 그렇게 될 것이고, 그 관계는 그저 흘러가야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돈도 많고, 마음의 크기도 풍성하고 크다면 아무것도 아닐 걱정을 너무 오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요. 딱 이 정도가 지금 저의 상태, 저의 믿음의 정도입니다.
비활성화는 조금 더 -어쩌면 아주- 이어가려고 합니다. 제 초록별 친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극대화된 우울과 무기력으로 가득한 저의 글을 읽어 주시고 저의 일상을 함께 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비대화된, 너 뭐 됨 상태의 괴상망측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주께서 뭐라도 만드시고 이루시는 것이 있게 된다면, 함께 나눌 수 있게 될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내내 평안하십시오.
-교회에서 비슷하게 나눴더니 몇몇 분이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셨는데, 저는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제가 그럴 의도와 상태라면, 어떤 예고와 암시 용도로 이런 글을 미리 쓰는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정신건강에 대해서도 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 글을 쓸 정도의 기력과 의지가 남아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도망갈 생각과 계산도 지금은 없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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