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숨

 뉴욕에서 처음으로 가을과 겨울을 맞게 되었을 때, 진심으로 좋았던 것은, 코를 훌쩍이거나 재채기를 하느라 힘들지 않았고, 휴지를 싸가지고 다니며 코를 풀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숨쉬기가 참 편했다는 것입니다.

환절기만 되면 늘 비염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첫 가을과 겨울을 보내며 그 추위와 환절기에도 제가 마음껏 시원하게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콧물로 꽉 차 답답한 숨을 내쉬며 코를 풀지 않고 있는 것을, 간지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편안한 숨을 경험했던 그 몇 해였습니다.  단순히 정말로 뉴욕의 공기/대기질이 한국보다 더 좋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뉴욕의 조명, 온도, 습도가 유독 제 체질과 잘 맞았기 때문인지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코가 편했던 몇 해 동안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국에서, 아주 오랜만에 맞이하고 있는 한국의 추위와 환절기에, 원래 저의 것이었던 그 고통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코가 다시 시큰거리고, 콧물이 멈추지 않으며 숨쉬기가 답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일이면 아버지의 은퇴 예배가 있습니다. 그 사이 어머니가 오래 타고 다니시던 차를 사고로 폐차하게 되어 새로운 중고차를 구하느라 바삐 뛰어다녔고, 그 외 이런저런 잡스러운 집안 일을 처리하며 조금 분주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 나눌 수 없는, 그런데 기도가 필요한 일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부모님에게 일어났고, 그 일들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은퇴 이후 부모님의 생계나 삶의 모습에 대해 계속 고민과 염려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정말 노후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으시고, 교회에서 받게 되는 퇴직금도, 전별금도 대안이 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수준이라, 부모님에 대한 걱정 반, 죄스러운 마음 반을 가지고 아버지의 은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는데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물론 장례지도사를 구하는 곳들에 이력서를 내고 있는 것이고, 어디라도 교회에 이력서를 낼 일은 아마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추석에 본가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이제 그만 정신 차리고 내년에는 본가가 있는 도시에 아버지 친구 목사님이 은퇴하게 되시는 교회로 부임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했던 일들을 실제로 겪고 나니 우습기도 하고, , 어떻게 삶을 계속 이어 나가면 좋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으니 어서 무엇이라도 결정을 내려야 하겠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코가 시큰거립니다. 혹시, 저는 한국이 원인 물질인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참 재수 없고 답 없는, 한심하고 멍청한 일상과 마음을 송구한 줄 알면서도 글로 남깁니다.

모르겠습니다모두 감기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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