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다녀왔습니다.
인천퀴어문화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참석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침 제가 지금 출석하고 있는 로뎀나무그늘교회에서 종교인들의 연대발언과 축복식 순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연단에 올라 발언을 하고 축복식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축복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다른 친구들에게 호들갑을 떨며 마스크를 쓸까? 선글라스를 착용할까?
물어보다가 결국 그냥 연단 위에 서기로 했는데, 막상 다른 종교인 대표 분들과 무대
뒤로 이동해 이제 정말 연대발언을 해야 할 때가 되니, 순식간에 겁이 났습니다. 이동환 목사님의 얼굴이 스쳤고, 혹시나 걱정되는 마음을 말하니 다른 분들이 서둘러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녀 주셨습니다. 결국 시간이 되어 얼굴을 가리지 못하고 연단 위에 서게 되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연대 발언이라는 것을 하는 것이 처음이어서 너무 많이 떨었지만, 결과적으로, 준비했던 연대 발언은 모두 잘 마칠 수 있었고, 축복식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갑자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녀 주신 인천퀴어문화축제 MC
두 분께 이 글을 통해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제 목사로서 계속 사역을 하게 된다면 ‘퀴이’인 그대로, 감출 것도 숨길 것도 없이 일하고, 말하고,
전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무대 뒤에서 이동환 목사님이 떠올랐고,
내려오고 나서는 11월에 은퇴하게 되는 제 아버지에게 혹시나 무슨 해가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고, 행진을 하면서, 주일을 보내면서 지금까지 임보라 목사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뭘 시작도 해보기 전에 이런 저런 생각과 계산들이, 걱정과 염려로 마음 한구석을 짓누릅니다. 전에 게시한 글에서 계속 근황을 나눴던 것처럼,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들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동생과 친구에게 금방 갚아야 할 빚을 지긴 했지만) 그런 저런 끝에 지난주에 다음 3개월 월세를 제 때 낼 수 있었고, 이제 연말까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엔 그렇게 빌렸던 동생과 친구의 돈, 그리고 카드 결제일이-갚을 돈과 갚아야 할 돈(같은 말임 결국 ㅋ) 모두 150~160만원 정도-있고, 이력서를 넣은 장례식장들에서는 아직 어떤 연락도 없습니다.
살아내고 존재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이 많아지고, 또 끊임없이 기도하며 하늘을 쳐다보게 됩니다.
그 끝에 주님의 응답과 은혜가 있게 된다면, 그래서 한국에서 퀴어 목사의 어떤 사역들을
시작해 볼 수 있게 되길, 곧 그렇게 되길 이 글을 쓰면서 또 기도해 봅니다. 계속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함께 아름답게 잘 존재하도록 해봅시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서 전했던 저의 연대 발언 전문을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퀴어 성소수자 사람들이 모여 만든 교회 공동체인 로뎀나무그늘교회의 라이언입니다.
혐오를 작정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뜻을 빙자하고, 사칭하지만,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퀴어들을 향한 진짜 하나님의 마음은 혐오가 아닌 사랑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혐오가 아니라 사랑을 외치고, 그 사랑을 혼자가 아닌 함께 나누고
연대하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인천은 한국 개신교회가,
예수의 복음이 시작되어 확산된 곳입니다. 그런 인천에서 지금은 교회들이 혐오하는
일에 앞장서며, 복음이 아닌 죽음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너무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시작된 이 땅에서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시 확산되기를 기도하고, 확신하며, 인천퀴어문화축제와 연대하고, 인천을 비롯한 이 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퀴어 사람들과 연대하며
여러분을 마음껏 축하하고 축복하겠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를 향해, 성서가 말하고 있는 진짜 진리는, 성서가 전하고 있는 가장 복된 소식은 바로 이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퀴어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퀴어로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퀴어를 너무 사랑하셔서 아들이신 예수를 퀴어들에게 보내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퀴어들을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 안에 당연히
퀴어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오늘 우리 모두의 연대를 통해 그것을 보증해 주십니다.
"그런즉 이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만일 하나님이 퀴어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 퀴어를 대적하리요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퀴어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누가 능히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고발하리요 의롭다 하신 이는 하나님이시니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 그는 하나님 우편에 계신 자요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자시니라 누가 퀴어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로마서 8장 31절-33절
하나님이 우리들을,
퀴어 사람들을 이렇게 사랑하십니다. 이 하나님의 사랑이 퀴어들 가운데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
두려워하지도 말고, 무서워하지도 말고, 우리를
정죄하고, 혐오하고, 속이는 자들의 말을 듣지 말고, 오직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 하나님만 기억하며, 이 하루를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함께 승리의 행진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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