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풍은 또 무엇을...

 불면의 밤, 저녁 내내 부동산 중개 어플을 보며 멍하니 있다가, 또 밤을 보내며 구직 사이트마다 공고를 확인하고 이력서를 냈습니다.

여긴 가게 되면 좋겠다 싶은 병원과 지원처가 있었는데, 연락이 올진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현관에 붙은 계고장을 확인하고 주말을 지나, 이제 월요일인데, 이왕 집을 나가야 한다면, 명절 연휴 전에 이사를 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보통 그러하듯이 2년 계약 방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주 못해도 300은 필요하고, 500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어느 하늘에 구멍을 내면 그 돈이 떨어질 수 있을지, 지금은 그저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일단 제가 방을 계약했던 부동산에 연락해서 다른 단기 매물을 다시 알아봐서 들어가는 것이 제 여건에선 당장 급한 불을 끌 현실적인 방법 같아 날이 밝으면 통화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럴 때마다 유학 가기 전 전역하며 모아뒀던, 그래서 미국 생활 몇 년간 홀랑 다 까먹어 버린 (그나마) 그 많고 많았던 돈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쨌든 돈도 구해야 하고, 방도 구해야 하는, 바쁜 한 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게 되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퀴어로든, 목사로든, 퀴어 목사로든, 이제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이 한주간 쓰게 될 글이 계속 우울함과 낙심하는 마음, 상황이 아니라 좋은 소식도 전하고 감사와 간증도 담게 되길 바라며 기도해 봅니다.

울릉도에서 근무하던 시절, 휴가 때 마침 태풍으로 인해 육지로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교회 장로님께서 하신 이야기를 지금도 제 평생의 교훈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태풍이 와서 싫으시죠? 사람들도 보통 태풍을 싫어합니다. 그런데 바다 입장에서는 태풍이 필요합니다. 태풍이 바다를 한 번 뒤집으면, 쓰레기도 먼 바다로 밀려나 청소가 되고, 어종도 섞여서 풍어를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태풍이 피해만 주는 것 같고 불편해 보이지만, 바다 입장에서는 그렇게 태풍이 꼭 필요하답니다.”

이번 태풍은 제 안에서 무엇을 청소하고, 무엇을 또 뒤섞으며, 풍성하게 하려는 것일까요?

부디 무엇보다, 하나님의 음성에 더욱 민감하고 예민해질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기깔 나는 게이 목사로, 언젠간 그렇게 살고, 나타나 볼 수 있겠지요?

5시를 향해 달려가는 새벽 4시입니다. 좀 씻고 자야 할 것 같네요.  계속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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