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일상...찰나의 주님

 지난주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제가 수강하고 있던 장례지도사 교육 과정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저는 이제 장례지도사 국가 자격증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협회 자격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시작하며 첫 문장을 적고 나니, 문득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공부하고, 정작 자격은 취득하지 못했던 정신분석가, 정신분석치료사 그 외 심리상담 관련 자격 취득 과정이 떠올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대하고 고인을 모시는 일이 무섭고 험해서 더 어렵고 꺼려지는 일이라는 생각들을 하지만, 그저 단순하게 자격 취득 과정만 놓고 보면, 산 사람을 대면하고 돌보는 일이 죽은 사람을 대하고 모시는 일보다 무어라도 조금 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오래 걸리고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도 어려운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생각을 미처 다 알 수 없고, 그래서 때론 그것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때가 많은데, 요즘 제가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죽을 작정을 하고 있고, 꿈은 역시 꿈일 뿐이었다 생각하고 있지만, 근래 저의 하나님이 약간 죽지도, 포기하지도 못하게, 그렇다고 아주 큰 구멍을 내어 필요한 것을 쏟아 부어주는 것도 아닌, 정말 진짜 찔끔 그런데 필요에 아주 약간 못 미칠 정도로, 그렇지만 그래도 죽지 말고 일단 살아 있기는 해 봐라 싶게 뭘 해주시는 경험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잘 연락도 하지 않던 고모가 딱 카드 막고 돈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만큼 입금을 해준다 거나, 친구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돈이 입금되어 있다거나, 저도 이 과정을 다 마칠 수 있을지 스스로 믿지 못했는데, 교육을 받는 동안 좋은 동료들을 만나고, 실습을 통해 깨달음과 경험을 얻고 취업의 가능성도 엿보게 되거나, 지금 출석하고 있는 교회 공동체를 통해 그래도 퀴어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마음을 계속 품을 수 있게 하거나, 숨어 있으나 그들 또한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퀴어 목사, 전도사, 신학생들을 보게 된 것 모두 그런 아주 실낱 같이 희미한 빛, 몇 모금의 생수와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정작 더 넉넉한 재정의 공급, 더 확실한 퀴어 사역을 길과 희망, 누군가 든든히 앞서 가고 있는 사람이나 함께할 동료들이 있게 된 것은 아닌데, 그리고 그 누구도 나를 찾거나 발견하거나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그 한 순간에 저는 일단 이 정도로 버텨 봐, 조금만 기다려 봐, 큰 거 올 거야. 내가 여전히 일하고 있어.” 하고 주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 찰나를 경험하게 됩니다.

정말 뭐가 더 있을까요? 저는 퀴어, 목사로 저의 존재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글마다 반복되는, 그래서 저도 지겹고 질리는 이 질문을 또 반복해서 적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정말 이력서도 내고, 취업 시도를 해야 합니다. 교육 이수 이후에도 계속 몇 달 간의 구직수당을 이어서 받으려면 취업을 위해 무엇이라도 시도하고 노력했다는 증거물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이유라도 한 주간의 방학(?)을 뒤로 하고 다음주부터는 이력서를 내고 연락을 기다리며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력서에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삶에 매몰되었을 때, 정작 이제 다시 목사일 기회가 없게 될 것 같아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여전히 있습니다. 고모가 제대로 된 여름 옷 한 번 사 입으라며 준 돈은 그야말로 급한 빚과 공과금을 갚는데 사용되며 통장을 스쳐 지나갔고, 저는 다시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 이빨이 하나 깨졌고, 친구의 성화대로 국가 건강검진도 얼른 받아 봐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여전히 뉴저지의 지하실, 그 방이 그립고, 다시 거기에만 있고 싶습니다. 햇볕이 낭랑하고, 빗줄기가 창 밖으로 바로 보이는 현실 세계에서 오늘을, 일상을, 아직은 퀴어 목사로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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