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뵙겠습니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축복식으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어제 한국예수교회연대 회원 카카오톡 방에 이 축복식에 함께할 목회자들을 모집하는 구글폼 양식이 공유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많이 기다려왔던 일이고, 정말하고 싶은 것이었는데, 그런데 막상 지원을 하려니…무서워졌습니다.
아버지는 올해 추수감사주일을 기점으로 은퇴할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노회장도 하셨고, 지금 있는 지역, 교단 안에서 그래도 이제 원로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되었는데, 혹시 아들의 치기 때문에 모욕을 겪고 피해를 입게 되진 않을지 무서워졌습니다. 아들의 정체가 드러나(?) 지금 목회를 하고 있는, 그래도 20여년을 함께했던 그 교회에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아무런 보상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되진 않을지(그럴 수 있는 교회라) 염려가 됩니다.
*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는, 그저 막연하던 걱정이 글을 통해 정리되며 그 무서움을 더 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저는 더 이상 은둔, 벽장 속 퀴어 목사로 살지 않겠다고 결정했고, 그래서 퀴어 사람들을 퀴어인 그대로 환대하는 교회가 아니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목회를 하고, 나를 감추는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퀴어문화축제에서 그 잠깐의 시간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 퀴어 사람들을 축복하며 기도하는 것이 저는 오히려 기대되고 너무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누구인지, 그리고 제가 그냥 그 자리에 퀴어들을 축복하기 위해 온 앨라이 목사가 아니라, 같은 퀴어의 한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알려지는 것은 오히려 자랑스럽고 또 기쁜 일입니다. 저는 그건 무섭지 않고 별로 걱정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 지원서를 선뜻 작성하고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아빠와 엄마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1년만 더 기다릴까요?
그러면, 내년에는 괜찮을까요? ㅎㅎㅎ
미루면 미룬 다음 그 때에는 또 그 때의 이유가 생길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제 마음이 급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 걱정과 생각이 많은 비겁함과 우유부단함인지,
지금 저는 주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이 너무 필요합니다.
그 축복식은 그리 길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그 몇 분의 시간을 놓고,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되네요. 이것은 우유부단함일까요, 마땅히 할 수 있는 고민, 신중함일까요? ㅎㅎ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생각을 알려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는 저의 기도를, 그래서 주님의 생각을 알아보겠습니다.
부디 저의 주님이 저에게 길을 보여 주시기를,
제가 앞으로 나가기로 결정하게 된다면, 가족을 보호해 주시고, 용기와 지혜를, 함께할 사람들을 주시기를.
어쩌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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