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서울입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내용대로, 서울에 방이 생겼습니다. 이사라고 하기엔 민망한 규모의 서울 이동은, 본가에서 엄마와 밥솥을 들고 가네 마네 싸우다 결국 곧 다시 한번 내려오기로 합의를 하고, 제법 따뜻해 보이는 솜이불 한 채와 미국에서부터 들고 온 기내용 캐리어, 그 밖의 옷들을 양손에 들고 기차를 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서울역에서 택시를 탈까 정말 수백 번 고민하다가 결국 용감하게(?) 지하철로 향한 다음 전철과 도보로 이동 끝에 계약한 집에 도착했습니다.  

침대는 배송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아직 중고를 구하는 것이 나을지, 새것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래도 잠은 자야 하겠기에 이사할 곳 주소로 미리 주문해 두었던 토퍼가 제 때에 저보다 먼저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충 짐을 풀고, 대충 점심을 먹고, 잔금을 치르고, 관리비를 납부한 다음, 이제 (적어도 3개월, 길게는 1년동안) 제 집이 된 곳에 누워 TV를 보다가 해가 질 무렵 마침 집 근처 주차장인 쏘카존에서 레이를 빌린 다음 친구의 작업실에 맡겨 두었던, 미국에서 그 생난리 끝에 데리고 온 제 나머지 짐들을 찾아왔습니다.

꽉 채운 이민 가방 두 개와 대형 캐리어 하나에 담겨 있는 것은 옷, , 그리고 3보루 반의 담배와 종류가 다른 4병의 술이었는데, 아직 짐을 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술과 담배는 무사한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 해외 배송으로 받았던 한국 담배와 어느 해 면세점에서 샀던 한국에서 파는 것과 같은 이름의 더 쓰고 맛없는 영국 어디 담배, 당시에는 당분간 담배 걱정 없겠군~ 했던 것이, 액상형 전자 담배로 저의 마음이 옮겨 간 이후 퇴물들이 되어 쌓여 있다가 저 아까운 것을 어디 버릴 수도 없고, 일단 가져가 봐야지 해서, 저의 담배들은 그렇게 한국과 미국을 두 번이나 오가며 다시 한국에서 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냄새가 배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도 연초를 다시 피우는 일은많지 않을 것 같지만, 한국 전자 담배의 니코틴 허용량이 미국 허용량과 연초의 그것에 훨씬 못 미친다는 충격적인 소식에어쩌면?   

이사한 집은 텅 비어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토퍼 한 장, 제가 가지고 온 커다란 가방 몇 개, 이사 올 때부터 깨져 있어 교체가 필요해 새것을 사다 저녁 내내 끼웠지만 아귀가 맞지 않아 너덜거리고 있는 변기 뚜껑, 이게 지금 제가 가진 세간살이의 전부입니다.

어제 저녁엔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컵라면을 사왔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아니 지금 집에 전기 포트도, 냄비도 없는데, 나는 무슨 수로 물을 끓여서 이걸 해 먹으려고 얘를 샀지? 하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 5초 정도, 보일러 온수 온도 높여서 수돗물 받으면 라면 익지 않을까? 생각했음)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쓴 내용들은, 제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쓰려고 했던 원래 글의 서론이었습니다. 한국에 오면 한동안 사람들 만나지 않겠다 굳게 다짐했는데, 그래도 얘는 만나야지, 얘한테는 왔다고 얘기해야지 하다가 만난 사람만 벌써 두 손가락으로 셀 정도는 되는 것 같고, 그 때마다 저를 돌아보며,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는데 그것 때문일까? 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아서 막혀 있던 입이 이제 뚫려서 그런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말이라는 것을 너무 오랜만에 해서 그렇게 많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 많다고 느끼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글도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어쨌든, 이 글은 여기서 정리하고, 제가 원래 쓰려던 글은 다음 글을 하나 더하는 방식으로 올리겠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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