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원래 그런 사람 아니예요.
아빠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재차 서울에 집 구하려면 비싸고 큰 돈 드는데 그냥 지역에 같은 교단 큰 교회 부목사로 들어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한다면 그 교회에 이야기 한자락 얹어 주겠다는 뜻, 그러면 아마 그 교회 목사가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아빠는 교회는 작아도, 노회에선 이제 위보다 아래로 사람이 더 많고, 노회장에, 총회 총대도 여러 번 했던 연차 높은 원로.
내가 말했다.
“그러면 내가 김하나랑 다른게 뭐야?”
아빠는 너는 뭐 어디 하늘에서 떨어졌냐며 다 그런거라고 했다.
신학교 시절 학생회 임원이었던 아빠는 그 작은 학교에서도 군부에 맞서 데모를 했고, 강원도에서 평민당 집회를 쫓아 다니다 기관원의 감시를 받기도 했었다. 명성이 ㅈㄹ발광을 할 때도 전에는 분명 아빠와 내가 한 마음으로 혀를 끌끌 찼었는데, 아빠도 늙은건지, 대의보다, 답답한 아들 걱정이 심히 더 앞선 것인지…
뭐든, 빨리 이 집을 떠나야 한다.
+명성이 정말 많은 걸 망쳤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목사들의 윤리/심리적 저항선을 붕괴시켜 버린 것이다. ‘그래도 괜찮더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빠는 나를 보며 무너졌겠지만, 나는 아빠의 그런 말에 무너진다.
서둘러 같이 먹던 밥숟가락을 놓고 방으로 들어와 버렸는데, 아빠와 엄마가 교회 간다고 나갈 때 배웅하다 아빠에게 꿀밤한 대 맞고, 일단 이 에피가 끝났다. 엄마도 웃었고, 엄마와 아빠도 결국 자기들 말이 옳은 말은 아니라는걸 인정하며 갔다.
지금 아빠를 실망시키는 것이 나은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결국 내가 옳다. 그렇지만, 아빠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만든, 내가 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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