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밤이 지났습니다.

곧 출국입니다. 집정리와 짐정리를 하며 밤을 보냈고, 그 사이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이 글을 올리고 나면, 아직 냉장고 청소를 못해서, 그걸 마저 끝낸 다음, 공항으로 갈 셔틀을 타기 위해 출발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가는 것에 큰 소회가, 아직은 없습니다. 청소와 짐정리에 몰두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마 한국에 도착해 본가에 들른 다음,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어 서울에 제 방을 구하고 나면, 그제서야 아주 깊은 현실자각타임이 몰려오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방을 구하고 나면, 당분간은 작정하고 매일 걸으려고 합니다. 이번에 짐을 싸면서 정말 몇 년 만에 제 몸무게를 쟀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운동이 아닌 걷기를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몇 년 사이 운동을 중단하고 거의 방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사실 제가 제 심장과 폐기능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자각하고 있는 상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걷기와 식단으로 몸상태를 조금 수습해 보려고 합니다. 더불어 마음이 수습될 수 있을지, 또 경제적인 상황들을 해결할 방법들을 찾게 될지, 그건 일단, 아주 많이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도착하면,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목사로서 직위를 내려 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퀴어 기독교인들이 모여 만든 교단인 MCC에 소속을 옮길 수 있는지 문의와 요청을 해 둔 상태지만,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제 상황을 인지하고 소속을 옮기는 것을 도와줄지, 그것까지는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부모님의 실망과 그로 인한 큰 싸움을 각오하며, 일단 제가 한국에서 속해 있는 소속교단 목사로서 지위는 사직하고 내려 놓으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목사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제가 받았던 목사 안수가 소속 교단이 사라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동안 목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것들과 밟았던 절차들, 그리고 그동안의 목회 경력을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퀴어로서, 목사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그래도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다른 직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여러 궁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딸깍발이같이 하늘만 쳐다보며 몇 년을, 미국에서 그렇게 보냈는데, 한국에서도 그럴 수는 없을 것이기에, 저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런저런 방법들을 어쨌든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가능하면 글을 계속 이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퀴어 관점으로 읽는 성서 해석 또한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글을 계속 쓰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거나 호응을 해주고 계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때때마다 격려로, 또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그게 진심으로 큰 힘과 위로와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에서 당분간 사람들을 찾아가며 만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듯, 일단 몰골이 말이 아니고, 제 마음 상태도 제가 자신할 수 없는 상태인지라 걸으면서 저를 수습하는 일을 먼저 하려고 합니다. 아직 다른 분들을 제가 먼저 찾아가며 만날 용기나 동력이 제 안에 없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에 올린 몇몇 글에서 밝힌 것처럼, 이처럼 수동적이고 방어적으로 다른 이들과 관계하는 저를 만나기 원하시는 분, 혹은 필요로 하시는 곳이 있다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블루스카이로 부담 없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교회나 그리스도인 공동체, 모임에서 설교나 퀴어 신학, 퀴어 교회 공동체 등의 주제로 설교와 강연자가 필요해 요청해 주신다면, 그 또한 온 마음과 최선을 다해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저도 몰라서 영화 한 편을 보았는데, 그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얘야, 사람 살리는데 명분이 뭐 필요하니?”

제가 한국의 퀴어 사람들과 퀴어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그렇게 함께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이제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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