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늙음과 연애와 결혼과...헛소리와 자기연민

 저는 제 몸을 부끄러워합니다. 전역을 앞두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에, 미국 와서 돈 쓰기 시작하면 할 수 없으니 아직 돈이 있을 때 얼굴을 만들어 놓으라며 성형을 권했지만, 저는 얼굴 어디를 고치는 것보다, 여유증 수술을 하는 병원을 가장 먼저 찾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는 큰 가슴을 소유한 남자아이였습니다. 그 때는 목소리도 가늘어서, 실제로, “여자야 남자야?”와 같은 질문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성추행이었던, 다른 남자 아이들이 제 가슴을 만지고, 놀리고, 소문을 내는 일들도 초, , 고 내내 있었습니다.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나며 굵어졌지만, 그래도 어릴 때 그 질문들, 그 기억들 때문에 일부러 목을 긁으며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를 갈아버리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목소리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는데, 가슴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역을 앞두고 바로 가장 평이 좋은 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았습니다.

남성의 여유증은 질병으로 분류되어 보험 적용이 가능하지만, 여성의 거유 축소 수술은 미용으로 분류되어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그 때 알았습니다.

체형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알았습니다. 가슴도 컸지만, 역시 아버지를 닮아 배도 많이 나왔고, 운동을 해도 잘 빠지지 않았습니다. 게이들의 꾸밈 노동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스탠 체형의 보기 좋은 몸을 만드는 것이 저는 참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웃지 못할 기회가 한 번 찾아온 적 있습니다. 미국에서 정말 힘든 일이 생겼고, (제 기억으로) 꼬박 열하루, 11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내 몸에도 복근이라는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시점부터 2년 정도 열심히 운동하고, 보충제를 먹었습니다.

팬데믹을 지나며 기다림과 좌절이 반복되고 무기력과 우울이 커지자 운동하기를 멈췄습니다. 제일 무서훠하고 두려워하던, , 나 저렇게 배 나온 중년 아저씨 되면 안 되는데난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던, 그 아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장 보러 갈 때, 은행에 가야 할 때, 학교를 다닐 때 정도를 제외하고 외출을 하지 않으며 그렇게 또 한 1~2년이 지나면서 다시 살이 찌고, 다시 배가 나오고, 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혈당 걱정을 하고, 심장이 괜찮을지, 폐는 괜찮을지를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큰 시장입니다. 곧 다시 그 큰 시장 안으로 뛰어들게 됩니다. 더 늙었고, 더 가난하며, 더 아프고, 더 무능한 상태로. 그나마 아주 조금 붙어 있던 가슴 근육은 사라졌고, 배는 불룩 튀어나왔으며, 오래 운동을 하지 않아 내 심장 괜찮을지를 염려하며 내가 그렇게 되기 싫어했던 그 아저씨 게이들의 모습이 되어 한국에 가게 되었을 때, 저는 괜찮을까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싫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가서 안 팔리면 어쩌지? 무서워 벌벌 떠는 저를 봅니다. 누구 함께할 사람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꼭 찾고 싶은가 봅니다. 배 나온 아저씨 게이와 연애하고 결혼하실 분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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