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3: 퀴어 하나님과 함께하는 퀴어들의 해방 행진 (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그들이 길을 가는 동안에, 낮에는 주님의 구름이 성막 위에 있고, 밤에는 구름 가운데 불이 있어서, 이스라엘 온 자손의 눈 앞을 밝혀 주었다. 출애굽기 40장 38절 (새번역)
출애굽기에 대한 세번째 글입니다.
출애굽기의 서사 구조를 간략히 요약해 보면, 모세의 이야기,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 이야기, 그리고 해방된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를 통과하는 이야기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출애굽기에 관한 지난 두 번의 글에서, 모세의
서사와 히브리 노예들의 이집트 탈출 이야기를 퀴어 관점으로 읽고 해석하면서, 모세가 히브리인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수용하고, 밝히고, 내쫓김을 당한 끝에 거기서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 그 모세가 히브리인들에게 돌아와 그들이
원래부터 노예로 지정된 존재들이 아니며 하나님의 약속과 부르심이 그들 가운데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을
노예로 가두고 있는 이 이집트라는 사회의 압제에서 탈출하고 해방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일깨운 것, 그래서
마침내 그 모든 히브리 사람들이 자신들을 가두고 있던 이집트라는 벽장으로부터 탈출해 해방의 걸음을 나서게 된 내용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홍해를 건넌 히브리 사람들은 이제 정말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홍해를 지나 시내산에 이르게 된 이후부터 출애굽기 후반부의 기록들은 그런 히브리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온전한 질서와 경험을 구축하며 먼지와
같던 노예 집단에서 하나의 거대한 민족공동체로 성장해 나가는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이후부터 출애굽기가
끝날 때까지의 기록은 모두 그들이 지켜야 할 도덕과 율법, 제사(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기록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노예라는 신분에서 선택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축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 그 모든 규약의 내용들 사이 사이에 그들이 광야를 통과하며 겪게 된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들이 이렇듯 새로운 신분과 정체성에 적응하고 그에 맞는 체제와 생활방식을 형성해 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거나 순조롭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가면서 그들은 광야를 통과해야 했는데,
노예가 아닌 자유인,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새로운 신분과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환경과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자신들 스스로 선택을 하고 결정해야 했을 때, 그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노예로 살던
예전의 삶으로 회귀하기를 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자신들이 노예가 아닌 자유인,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부정하기만 하면, 그것을 밝히고 내세우는 것을 포기하기만
하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내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정체성을 따르는 삶을 사는 것보다, 그 정체성에 맞는 삶을 살기로 결정하기보다 당장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위해, 당장의 안전함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자기 정체성을 감추고
부인하며 다시 노예의 삶을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출애굽기를 읽으며 보게 되는 이런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은 퀴어로서
자기 정체성을 인식하고 수용하며 벽장에서 나와 퀴어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 많은 퀴어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참혹하고 참담한 현실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찾고,
인식하고, 부정하고, 숨기던 끝에 마침내 벽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자기 정체성을 밝히게 된 퀴어 사람들은, 그 순간부터 환대보다 혐오와 저항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고, 전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안전과 생존에 대한 실제적인 걱정을 하게 될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퀴어라는 이유로 모욕을 당하고 혐오와 저주의 말을 듣게 되며,
퀴어라는 이유로 가족과 직장으로부터 차별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추방과 단절을 겪기도 할 것이고, 정신적, 물리적인 폭력을 당하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어떤 퀴어 사람들은 광야 한복판에서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노예 시절을 회상하며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항변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내가 퀴어라는 것을 인정하지 말 걸, 인정하더라도 커밍아웃까지
하진 말 걸, 퀴어 공동체에 섞이고 어울리는 것까지 하진 않고, 벽장
속에 있다가 적당히 필요할 때 일탈을 하는 정도로만 있을 걸’ 하고 생각하며 후회하고 좌절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 히브리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현실 속의 퀴어 사람 중에서도, 커밍아웃을 후회하고, 자신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끝까지 부정하지 않고 수용하고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을 후회하면서 다시 자기를 부인하고 부정하기로,
다시 자기 자신을 잘 숨기기로, 다시 현실과 타협하며 그 현실의 노예가 되기로 결정하고
행동할지도 모릅니다. 이성애자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이성과 결혼하고,
지정되어 있던 성별 그대로 그냥 사는 것을 다시 선택하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현실 앞에서 출애굽기를 읽으며 우리 모두가 발견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하나님은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노예의 삶으로부터 탈출해 해방의 여정에 나섰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끝까지 지지하며 그들과
함께하셨던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밝히고 드러내며 벽장에서
나와 자신들만의 온전한 길을 선택하고 걸어갔던 이스라엘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편이 되어 주시며, 그들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마다 그들의 답이 되어 그들의 필요를 채우시며
그들을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이스라엘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편이 되어 주셨던 하나님은, 그렇게 이스라엘 사람들의 여정을 응원하며 인도하시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셨던 하나님은 오늘 우리 퀴어 사람들을 퀴어인 그대로 인정해 주시고 우리의 편이 되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은 퀴어인 우리가 다시 사회 관습과 전통과 종교의 노예가
되는 것을 선택하기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 그대로,
우리의 성적 지향 그대로 우리 자신을 인정하며, 퀴어로서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응원하고 함께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런 여러 실수와 실패의 경험
속에서도 다듬어져 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신 것처럼, 그리고 그런 실수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들을 버리지 않으시고 그들과 함께하셨던 것처럼, 우리 퀴어 사람들 또한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정체성에 맞는 삶을 새로 구축하고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우리를 다듬고 성장하게 하며 내가 나로서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출애굽기를 통해 이스라엘과 함께하셨던 하나님을 알고 깨달으며, 그 하나님께서 퀴어인 우리들과 함께해 주시는 분이심을 믿고, 퀴어로서 우리들의 삶의 여정을 담대하게 걸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편이시며, 우리와 함께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출애굽기를 통해 볼 수 있는 퀴어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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