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본질 The nature of the church 느헤미야 8:8~10 (01262025 주일예배설교)
에스라와 느헤미야는 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가 망한 직후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 갔다가 돌아온 이스라엘 사람들, 유대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에 폐허가 되어 버린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지 못했다는 패배감, 예언자들의 예언에 의하면 그 모든 것이 그들과 그들의 조상의 잘못 때문이라는 사실로 인한 죄책감, 돌아오긴 했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모르겠는 막막함과 무기력함을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들의 종교 지도자였던 에스라는 그런 상황에서도 유대인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고, 그로부터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그곳의 총독으로 부임하게 된 유대인 느헤미야는 그 모든 사람들을 다독이고 아우르며 성벽을 재건하고 그들의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침내 성벽재건을 어느 정도 완수하고,
사람들도 어느 정도 예루살렘에서의 일상에 적응하게 되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제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하나님의 말씀을 청해
듣기로 합니다.
오랜 포로 생활로 인해 자신들의 말과 글을 잃어버리고 아람어를
사용하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레위 사람들이 히브리어로 된 율법서를 통역하며 뜻을 풀이해 알려주자 그 말씀들을 듣고 눈물을 흘립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 느헤미야 8장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 바로 그것입니다.
삶이 고단하고 마음까지 가난한 이들이 한데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들으며 함께 울고, 또 그들에게 말씀을 풀이하며 들려주던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적인 대표가 그런 그들을 위로하며 울기를 그치기를 권하고 함께 먹고 마시자고 청하며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도 서로 나눠 주기를 권면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교회의 본질이며, 진정한 성찬의 현장이고, 하나님을 바르게 믿는 사람들의 마땅하고 옳은 삶입니다.
오늘 본문의 말씀을 제가 다시 한번 읽겠습니다.
하나님의 율법책이 낭독될 때에,
그들이 통역을 하고 뜻을 밝혀 설명하여 주었으므로, 백성은 내용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백성은 율법의 말씀을 들으면서, 모두 울었다.
그래서 총독 느헤미야와, 학자 에스라 제사장과, 백성을 가르치는 레위 사람들이, 이 날은 주 하나님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말고 울지도 말라고 모든 백성을 타일렀다. 느헤미야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돌아들 가십시오.
살진 짐승들을 잡아 푸짐하게 차려서, 먹고 마시도록 하십시오. 아무것도 차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먹을 몫을 보내 주십시오. 오늘은 우리 주님의 거룩한 날입니다. 주님 앞에서 기뻐하면 힘이 생기는 법이니,
슬퍼하지들 마십시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런 모습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예배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집회는 이렇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난 해
10월 한국 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혼 법제화를 막겠다며 되도록 많은 기독교인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일 것을
제안하고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그 집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이 애초에 예상하고 기대한만큼은 아니었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설교와 간증을 빙자해 집회 내내 퀴어 사람들을 향한 온갖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쏟아냈으며,
하나님의 말씀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정치적인 의도를 내비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겼습니다. 회개를 하겠다고 했지만 미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곳에는 어떤 사랑도, 어떤 나눔도 없이 오히려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소음을 유발하다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며 끝이 났습니다.
그 때, 그들은 교회의 이름으로 모였지만, 그것은 교회도 아니었고, 그곳에는 예수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집회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잘못 해석되고 통역 되며 미움과
갈등을 유발하고 조장하는 것에 이용되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회개와 눈물에는 예수도 복음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사랑도 나눔도 없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사랑하고 나누기를 권면하기보다 미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이 가진 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세를 과시해 보려는 목적으로 자신들의 교인들을 동원하고 이용했습니다.
그 때, 그렇게 교회의 이름으로 모였던 이들이 지금은 불의 앞에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아니 침묵하기만
하면 다행일텐데, 교회의 이름으로 불의를 옹호하고, 폭력을 조장하며
선동했습니다. 그 폭력에 대해서도 누구도 큰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교회가 죽어버린 것입니다. 교회가 죽었습니다.
오늘 느헤미야 본문처럼 말씀을 읽으며 의로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울다가 서로의 것을 나누고 함께 기뻐하며 위로하고 회복하는 집회는, 그런
예배와 그런 교회는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땅에서도 큰 슬픔과 고통의 곡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이주민과 노동자들이 추방의 두려움 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다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퀴어 사람들이 다시 그들의 존재를 지우고 없애려는 거대한 박해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다시 기도해야 합니다. 교회가 사라진 이 시대에, 교회가 없어지고 있는 이 세대에 우리는 어떻게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꼭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는 것은,
교회가 사라진다고 예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없어진다고
예수가 틀리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완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는 사람과 시대를
살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라는 세력이 아닌 예수를,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들의 삶과 우리들의 이웃과 우리들의 시대에 구현해 내야 합니다.
예루살렘이 망하고 성전도 무너졌지만,
예언자 예레미야는 끝까지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회개와 회복의 하나님 말씀을 전했습니다. 나라는 망했지만 하나님은 망하지 않으셨기에 유대인들은 그들이 듣고 알고 있던 역사와 율법을 적고 새기고 나누며 오히려 더 하나님을
기억하기 위해 힘썼고, 그래서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했으며, 마침내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을 때, 그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해 회복을,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망했습니다.
사라지고 흩어질 것입니다. 교회를 향한 사람들의 조롱과 질타와 미움은 점점 더 강화될
것이고, 기독교인들은 점점 더 이상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
멍청하고 어리석고 한심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망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망하시는 것은 것입니다. 교회가 사라진다고 해서 예수의 복음이 없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 이 시대에 우리는 교회가 아닌, 예수를, 하나님의 말씀을 더 기억하고 붙잡아야 합니다.
예수는 교회로부터 쫓겨나셨습니다.
라틴/히스패닉 사람들과 함께하시는 예수, 여성들의
예수, 퀴어들의 편에 서 계시는 예수는 교회에 없습니다. 교회에서는
자기들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자기 자녀들이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예수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예수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성서 그 어디에도 그런 예수는 없습니다.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 예수는 이미 교회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교회에서 쫓겨나신 예수는 지금도 라틴/히스패닉 사람들과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교회에서 쫓겨나신 진짜 예수는 여성과 퀴어 사람들과 함깨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교회가 아닌 예수를 택하며, 그 예수와 함께하기로, 그
예수께서 계시는 곳에서 예배하며, 울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나누고 사랑함으로 거기서부터 다시 교회를 세우고 만들어 나가기로 결정합시다.
오늘 설교를 시작하면서 트럼프의 취임을 기념해 드린 예배/미사에서 전해진 마리앤 버드 주교의 설교 일부분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들은 듣지 않았으나,
그것이 진정한 복음이며, 그것이 진정한 교회의 모습, 교회의 본질입니다. 이 설교가 전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이 설교를 듣게 되었을 때,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참 많이 화가 났습니다. 한국 교회, 한국인 교회에는
마리앤 버드 주교처럼 권력자를 향해 진리를 전하고 선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일까? 그런 교회,
그런 예배는 이제 정말 없는 것일까? 그리고 성서일과에 따라 이 느헤미야 본문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또 화가 나고, 다시 슬펐습니다.
이것에 제가 배우고 알고 있던 예배의 모습, 교회의 본질인데, 한국인 교회 공동체에서는 이제 도무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설교는 참 많은 화와, 참 많은 무기력함, 참 많은 슬픔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설교 내내 전하고 말한 것처럼, 교회가 사라진다고 해서 하나님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예수의 복음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기에 그래도 이 말씀을 준비하고 전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예수를 생각하며,
교회가 아닌 예수를 지키고 따라 가기로 결정하면, 그리고 그렇게 믿고 예배하며 살면,
바로 그곳에서 교회는 부활할 것입니다. 교회는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여기 주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모든 백성은 배운 바를 밝히 깨달았으므로,
돌아가서 먹고 마시며, 없는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나누어 주면서,
크게 기뻐하였다. 느헤미야 8장
12절
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의 희망으로 삼고,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우리부터,
예수가 함께하시는 예배, 누구도 쫓겨나거나 소외되지 않는 교회를 꿈꾸며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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