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와...영성?

 이번주는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예 안 쓰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무엇이라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미국의 영성 수도자 헨리 나우웬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우웬은 독신 수도자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사실 그의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 큰 상관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헨리 나우웬이 사실 동성애자였데~라는 사실이 큰 충격이며 믿기 힘든 사실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의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나우웬은 누구보다 하나님과 깊고 친밀한 관계를 누렸고,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았으며, 그의 삶과 글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달했습니다. 제가 나우웬의 글을 좋아했던 것은, 그의 글은 짧고 단백하며, 일상의 언어로 이뤄져 있어, 그의 글이 유독 친근했고, 그 짧은 글에서 깊은 묵상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나우웬이 동성애 성향을 가진 수도자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저에게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하나님과 그렇게 깊은 친밀함을 나눌 수 있었던 것에, 그의 성적 지향이 무엇이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그것을 통해 하나님께 질문하며 더 깊이 그의 영성의 깊이를 더해 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이들도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고, 그의 글들을 출판하고 알리며, 그의 영성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것입니다.

혹자는 그가 그의 성향을 알고 독신으로 살기로 결정하면서 자신의 연약함승화시킨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마저도 숭고하고 대단한 것이라고 추켜 세우는 것이지요. 그러나 실상은 나우웬은 그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신경쓰는 모습들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나우웬이 살았던 당시 시대적 배경과 지금도 동성 결혼이나 게이 성직자 안수 문제에 제한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톨릭에 대해 생각해 보면 그의 그런 두려움과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우웬의 사례와는 관계없지만, 개신교(성공회) 신학자 존 스토트는 동성애에 대한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전하는 책에서, 동성애와 동성연애를 구분하며,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동성과 연애를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있다는, 그래서 동성애를 느끼더라도 동성연애는 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 동성애자들은 독신으로 살기를 아주 진지한 태도로 권면했습니다. 그는 교회가 동성애자들을 함부로 정죄하고 교회 밖으로 내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일면 아주 포용적인 신학자인 것처럼 보이는 글을 썼지만, 퀴어 당사자들을 그저 포용과 배려의 대상으로, 내쫓지는 않을테니 물 흐리진 마라~는 식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견해를 밝힌 것입니다.  

스토트와 같은 사람에게 나우웬의 사례는 아주 훌륭한 예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우웬은 자신의 성적 지향으로 인해 그 역시 매우 치열한 내적 싸움을 했고,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을 경험했으며, 그래서 말년에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려고 했지만, 영성가로서 그의 명성에 흠이 가게 될 것을 우려한 친구들의 만류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나우웬이 만일 성경에 대해 조금 더 자유로운 생각과 견해를 시도하고 밝힐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지금, 그리고 퀴어 사람들을 환대하고 환영하는 교회 공동체와 교단이 굳건하게 많아진 지금이라면, 그는 퀴어 사람들에게 당신들도 나처럼 독신으로 사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존재하라고 말하지 않았을까요? 또 그 자신도 진솔하게 자신의 성향을 밝힐 수 있었을 것입니다.

스토트의 신학은 (그의 동성애에 대한 견해만큼은) 한계가 분명하고, 이상해 보일 뿐입니다.

사랑은 할 수 있으나 연애와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견해이며 권면일까요? 하나님을 위한 것도, 퀴어 사람들을 위한 것도 아닌, 오직 이성애자들이 어느 정도 참아줄 수 있는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것 밖에는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토트의 말처럼, 동성애자들이 독신으로 살기로 선택하면, 나우웬처럼 오히려 하나님과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일까요? 왜 동성애자들만 그래야 할까요?  

하나님은 퀴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시며, 그분의 사랑을 나타내시고, 함께하십니다. 나우웬의 삶은 퀴어 사람이 독신으로 살았기에 아름다웠던 삶이 아니라, 퀴어 사람과도 이토록 깊고 친밀하게 함께하셨던 하나님에 대한 증거와 예시입니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존재하십시오. 

그렇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이어 갑시다

우리 존재 그대로, 깊고 놀라운 친밀함 가운데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모두의 2025년 되시기를...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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