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근황
좋은 상황 가운데 있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곤란하고 어려운데다 곧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중단하면 신분 유지가 어려워지는데,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은 학위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미국에 계속 머물기 위해 이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고, 미국에 계속 있으려고 했던 것 중 가장 큰 이유가 지금 함께하고 있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책임 때문이었는데, 이 교회 공동체 또한 팬데믹을 지나며 새로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직을 맡게 되고 나서도 벌써 몇 년 동안 답보 상황인지라, 제가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와 저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여건이 괜찮다면,
다만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이 이제 한계에 한계에
한계를 넘어 지속되는 중이라 얼른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결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일단 조금 쉬며 다음을 준비하겠지만, 조금 쉬게 되는 상황이 될지,
아니면 아주 쉬게 될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목회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40대가 된 지금,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목회를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마음먹고
있는 이유는 애초에 미국으로 온 것이 퀴어인 그대로 목사로 있고 싶었던 것인데, 한국에서는 퀴어인 그대로
목사일 수 없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래서 농담 반, 또 진담 반 이 글을 읽게 되시는 여러분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직업을 추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마 부모님이 많이 실망하겠지만, 그것도 제가 넘고 감당해야 할 시간이겠지요. 이미 커밍아웃은 했으나 여전히 인정하지 못하고
계시는 중이라 아마 다시 한번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지난 해부터 계속 ‘아브라함’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창세기
12장부터 시작되는 아브라함 이야기를 살펴보면, 우리가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아브라함 또한 언제나 성공하고 윤택한 상황 가운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언제나 의롭고 옳은 판단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아내를 앞세워 자신이 그 뒤에 숨기도 하고, 아내가 있음에도 하녀를 통해 아들을 낳게 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역사적인 갈등과 파괴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데, 저는 그 이유를 아브라함의 삶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지 않으시고, 나타나지 않았던 시간에서 찾습니다.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날마다 항상 나타나 말씀하시고 함께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하나님의 지시와 판단 없이 기근을 피해 이방인의 땅으로 두 번이나 갔다가 두 번 다 망신을 당하고 쫓겨나기도 했고,
후대를 잇기 위해 마음대로 아내의 여종 하갈과 동침했다가 앞서 언급한,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스마엘이라는 아들을 얻었지만, 결국 나중에 아내 하갈을 통해 아들 이삭이 태어나 하갈과
이스마엘이 떠나게 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분열과 갈등, 파괴와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말씀하지 않으셨던 그 시기,
하나님이 아브라함의 삶에서 부재중이었던 그 상황에서도, 설령 그것으로 인해 실수도
만들고,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더라도, 그 때에도 아브라함은 자기를 선택하고
부르셨던 하나님을 잊지 않고, 놓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합니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따로 분가시킬 때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자신의 삶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에 양보의 미덕을 보일 수 있었고, 그 롯을 구하러 갈 때, 구하고 나서 논공행상을 할 때에도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과
방법과 기준에 따라 말하고 행동합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의 조상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하나님이 그에게 나타나 말씀하시고 함께하셨을 때에나, 그렇지 않고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 같고, 부재중인 것처럼 여겨지는 시간에도 그의 삶의 기준을 하나님께 두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기준으로 삶을 지속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벌어진 실수와 실패들도
단순히 실수와 실패로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계기와 도리어 복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아브라함은 그 실수와 실패를 통해 자신의 성숙을 이루며 삶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제 삶에서 하나님이 부재중이신 것 같은 이
때에도,
그래서 참 어렵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래도 하나님을 지속적으로
찾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께 떼를 쓰고 있습니다.
결국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알 수 없고, 다른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능력도 재능도 없어서 다만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는 것, 그것이라도 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 한 가지가 저에게 생명줄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작년, 2024년을 시작하며 처음 들었던 노래는 Bethel Church의 Goodness of
God이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 달을 보내며 그 찬양을 계속해서 듣고 묵상하게
됩니다. 한국어로는 여러 번역의 버전이 존재하는 것 같은데, 저는 BethelMusic의 원곡과 에수전도단 화요모임 버전을 듣고 있습니다.
가사의 일부분을 소개합니다.
All my life You have been faithful All my
life You have been so, so good
With every breath that I am able I will sing
of the goodness of God
신실하신 나의 주님 나의 삶을 인도하셨네 나의 모든 호흡 다해
오 선하신 주를 노래하리
Your goodness is running after, it’s running
after me
Your goodness is running after, it’s running
after me
주님의 선하심이 날 인도하시네 주님의 선하심이 날 인도하시네
찬양의 가사처럼 주님의 선하심을 어서 빨리 실제로 경험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후 근황도 계속해서 올리겠습니다. 한국으로 가게 되면 목회를 계속할 것 같지 않다고 적었지만, 그전까진, 혹은 목회를 하지 않더라도 제가 안수를 받은 목사인 것은 어쨌든 변하지 않으니, 퀴어 그리스도인, 퀴어 관점에서 성경 해석, 퀴어 하나님과 퀴어 사람들에 대한 글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글이 되어 퀴어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나누는 것이 되기를...)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괜찮으시면 저를 위해서 한 마디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퀴어 목사 라이언을 불쌍히 여겨 주시고, 주님의 선하심을 빨리, 충분히 경험하도록 해주십시오.'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한국으로 가는 날이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보고 싶은 많은 분들,
그 때 한국에서 뵙겠습니다. 그동안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선하신 주님께서 퀴어인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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