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you
미국인들이 잘 사용하는 영어 표현 중에 ‘I got you’ 라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보면 이 표현이 등장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그만큼 실생활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표현은 기본적으로 정말 단어 조합 그대로,
곁에 있는 어떤 사람이 넘어지거나 쓰러질 때, 물리적인 의미로 ‘내가 널 잡았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때때로, ‘내가 너를 (너의 상황이나 상태,
마음을) 이해했다’, 혹은 ‘내가 해결해 줄게. 내가 함께해 줄게’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누군가 상대방이 자신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너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고, 공감했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너와 함께 하면서 같이 해결해 줄게, 내가 너를, 너의 상황을, 너의 마음을 이해하며 붙잡고 있어, 내가
너와 함께 할거야 하고 말하는 선언처럼 사용되는 이 표현을 저는 참 좋아합니다.
드라마 ‘포즈Pose’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할렘가의 흑인 퀴어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이 드라마는 자신이 퀴어이기
때문에 원가족으로부터 버림받게 된 흑인 퀴어들이 드랙과 보깅으로 경연을 벌이고, 그 안에서 함께 모여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가는 하우스 문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초기
에이즈 치료법(칵테일 요법)이 등장하기 전후의 상황들 또한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퀴어 사람들이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인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되는지,
치료법이 개발되고 난 후에도 약의 보급에 인종 차별 이슈가 결합되고, 제약회사와
보험 회사가 어떻게 문제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맞서 생존권 투쟁을 위해 퀴어 사람들이 어떻게 연대하며
싸웠는지 당시 실제로 투쟁의 선봉에 섰던 ACT UP의 모습과 그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퀴어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며, 가족이 되고, 혼자가 아닌 함께, 퀴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며 이어갔는지를 잘 표현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표현이 바로 ‘I
got you’입니다. 집에서 쫓겨나 가족에게 돌아갈 수 없어 공원과 부둣가를 전전하며
노숙하는 어린 트랜스젠더, 게이, 퀴어들을 자신들의 가족 구성원으로
초대하며 방을 내어줄 때, 퀴어로서 자신의 삶과 현실의 벽 앞에서 낙심하고 좌절하며 술과 약물에 중독된 친구를
찾아가 그를 절대로 버리지 않을 것이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독려할 때, 에이즈 진단을 받고 남은
것은 이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며 절망하는 젊은 게이에게 자신이 임상실험 대상자로 선정되어 받아서 복용하고 있던 에이즈 치료제를 기꺼이
나눠 주면서, 그들은 모두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상대방을 향해 이 말을 했습니다.
“I got you”
내가 너를 붙잡았어,
내가 네 마음을 이해하며 붙잡고 있어, 내가 네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붙잡고 있어!
한국어 표현 중에 ‘한’이나 ‘정’이라는
표현들이 영어로는 어떻게 해도 완전하게 그 정서를 다 표현해 낼 수 없다고 많이 말하는데, 미국 영어에서는
이 ‘I got you’라는 표현이 아마 그런, 번역으로 완벽하게 옮길
수 없지만 미국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표현하는데 사용하는 미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이 한 마디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를 정말 이렇게 붙잡아주었던 퀴어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존재하고, 또 글을 쓰며, 그래도 내일도 살자~ 마음먹을 수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붙잡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퀴어인 친구도 있고, 헤테로인 친구도 있고, 퀴어인지 헤테로인지 알 수 없지만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중요하지 않고, 그 무엇과도 상관없이, 좋고 사랑하며, 지지하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잘 알고, 오래 알았고, 깊이 이해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네가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항상 여기 너를 위해 있고, 그리고, I got you.
목사로서도 그런 목사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퀴어로서도, 그런 퀴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형이든, 동생이든, 동갑 친구든 뭐든, 여기 가까이 있든,
한국이나 아니 다른 어디 외국이나 저기 어디 멀리 살고 있더라도, 다 내가 그렇게
함께하고 싶은, 변함없이 지지하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많이 생각나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어서, 이 글을 통해서라도 전해 봅니다.
I go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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