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얼마나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몇 해 전인가? 티스토리를 개설하고 글을 몇 번 올렸던 적이 있는데, 그것도 잠깐 그러다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합니다. 지난 주일 설교가-물론 아주 잘 쓴 글은 아니지만-‘나는 미국에서 무엇을 공부했던가?’를 정리해 볼 수 있게 했던 글이었고, 이 정도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뭘 공부했고, 뭘 하고 싶어 하고, 뭘 하려고 했는지-파악할 정도는 되겠다 싶은 내용이라 그럼 이건 한 번 ‘게시’라는 것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무슨 공부를 하며, 학교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알고 싶으신 분은 제 첫 게시물인 설교문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설교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저는 미국에서 공부를 했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퀴어 남성 동성애자-게이-이면서, 목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신분석, 심리학과 종교/신학으로
대학원(석사)에서 공부를 했고, 지금은 교인이 모두 합쳐 열 명이 안 되는 작은 교회 공동체에서 담임으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함께 예배하고 있는 교회 공동체는
2006년부터 시작되어 20주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공동체로 미국에서 몇 안 되는
진보적인 신앙과 생각을 가지고 예배하며 모이고 있는 한국인 신앙 공동체입니다. 교회를 처음 만드신 목사님을
중심으로 미국에 있는 한부모 가정과 자녀를 돕는 협동조합 사역을 하고 있고, 목사님께서 교회 사역을 내려
놓기로 결정하신 이후, 다른 목사님 한 분께서 담임을 하셨던 기간을 거쳐 지금은 제가 담임으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교인들이 의견을 모아 제가 담임으로 교회를 섬겨달라 요청하셨을
당시,
저는 교인들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교인들은 아주 흔쾌히, 정말 별 일 아닌 것처럼 교회를 맡아 줄 것을 재차 요청하셨습니다.
팬데믹 상황 한 가운데 교회를 맡게 되어 지금까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월 1회 대면 예배로 모이며 교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처음 교회를 맡게 되었을 때,
나름 큰 기대와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한국인 퀴어 사람들이 안전하게, 안심하고 모일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야겠다. 온라인으로 모이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원하는 사람들이 누구라도 함께 모일 수 있는
교회가 되도록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 지금,
저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교회는 계속해서 제자리걸음 중이고, 사실 더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 제가 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의와 무기력의 한 가운데 방향과 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더 어떤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저는 내년,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에 한국으로 완전한 귀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귀국 후에도 제가 ‘목사’라는 직업을
계속 유지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기록들은 어쩌면,
목사로서 제가 남기는 마지막 기록과 역사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마지막 기록들을 남겨 놓는 것, 여기 어딘가에 ‘한국인’이며, ‘퀴어 사람’이자 ‘목사’였던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남겨
놓는 것, 그게 이 블로그의 목적이며 방향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얼마나 글을 ‘꾸준히’ 게시하고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첫 게시물이 설교였던 만큼, 앞으로도 해당 주차의
설교가 ‘퀴어’한 생각과 관점이 담겨 있는 설교로 구성된다면 그런 글은
계속 게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기 전까지, ‘퀴어’이면서 ‘목사’인 저의 생각들을 여기 남기려고 합니다.
구글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글을 올리기로 한 이유는,
만들기 제일 편했고, 한국인 입장에서 적당히 대중적이지 않으며, 그래서 적당히 숨겨질 수 있고, 반면에 적당히 찾아질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문과생이라 블로그 구성에 대해 잘 모릅니다.
지금도 얘는 폴더를 어떻게 만들어서 구분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헤매고 있고, 블로그를
통한 수익 창출 설정을 하는 건 약간 무섭다고 해야 할까? 나중에 귀찮아질까? 싶어서 알아볼 생각을 미처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감사로, 동정과 응원은 현금으로 받겠습니다.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Venmo: @RyanJShin
하나은행 18391029397907 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