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는, 주님의 세계

 2024년 마지막 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성서일과에서 정해진 본문을 확인하고, 설교 제목과 방향을 정하고 나면, 마지막 찬양을 무엇을 부를지 고민합니다. 주로 설교 내용과 해당 주차의 예배 방향과 맞는 곡을 고르기 위해 애를 쓰는데, 이번주는 설교 내용과 살짝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2024년을 마무리하며 예배에서 함께하고 싶은 곡을 정했습니다.

홍이삭 님이 만들고 부른 ‘하나님의 세계라는 찬양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참 아름다운 곳이라 주님의 세계는 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는 곳

조금이라도 내 의라 말할 수 없는 이 곳 이곳은 바로 주님의 세계라

홍이삭 님이 물론 이 노래를 퀴어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썼거나, 퀴어 앨라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노래가 진심으로 퀴어 기독교인들의 희망과 바람을 담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를 때 저는, 저의 바람과 희망을 담아 기도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는, 주님의 세계

한국 교회는 그 주님의 세계에 퀴어 사람들의 자리는 없다고 계속해서 말하며 쫓아내려 하지만, 정작 주님의 세계, 주님의 나라에는 퀴어 사람들이 가장 빛나고 높은 자리에, 예수님과 함께 앉아 있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를 때마다, 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는 주님의 세계가 우리들의 땅, 이 세계에서도 속히 이뤄지게 되길 바라고 또 바라며 기도하게 됩니다. 또 제가 그 일을 위해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기도합니다. 저도 현실에서 그 세계를, 그런 주님의 세계를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노래는 계속해서 이렇게 이어집니다.

세상은 항상 말하네 그 길이 아니라고 곱디 고운 길이 있는데 왜 힘들게 사냐고

단순한 선택조차 내게 버겁기만 한 곳 그래도 나는 주님만 따르리

저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제 삶을 투영합니다. 나의 퀴어 정체성을 감추고 숨기며 살았다면, 더 안정적이고, 더 괜찮은 교회, 더 인정받는 삶을, 지금쯤 살고 있을텐데, 그냥 그렇게 사는게 맞다고, 부모님이 말하고, 제 마음 한 켠에서 그 소리들이 지금도 계속해서 저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알고, 또 믿고 있는 것은, 그런 제가 전하는 복음, 전하는 예수는 가짜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퀴어로서 목사일 수 있기를 바라고, 꿈꾸고, 그 길을 고민하고 모색하며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런 저의 기도와 더불어 세상이 말하고 있는 방법과 길이 아닌, 정말 옳고, 정말 누군가는 걷고, 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길을 걸으며, 그 일들을 하고 있는 수많은 다른 분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의 힘듦이, 그들의 투쟁이, 하늘에서뿐만 아니라 땅에서도 보상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혹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정말로 내가 나 같고 솔직할 수 있게 살게 되지 않을까? 희망하며 유학생, 이민자의 삶을 선택했지만, 저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세상이, 한국 교회가, 그 길이 아니라고, 곱디 고운 길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저를 숨기고 감추며 그 방향의 길을 다시 걷고 싶지는 않습니다.

진짜 주님의 세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진짜 옳은 것, 정직한 것, 바른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저는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이라고 찬양하며, 저를 추스르고, 또 내일을 준비하며 제가 선택한 길을 계속 걸어 보기로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 찬양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나는 계속 걸어갑니다 수 없이 넘어져도 사람들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 해도

내가 가는 길이 주가 가르쳐준 길이니 이곳은 바로 이곳은 바로 이곳은 바로 주님의 세계라

퀴어 사람, 퀴어인 목사로서 제 신앙고백에 여기서 더하거나 뺄 말이 없습니다. 제 삶을 관통하며, 지금도, 앞으로도, 언제 될지 모를 저의 장례식장에서도 계속 이 노래가 저의 고백으로 이어지게 되길 바랍니다.

이번 주는 성탄절, 그리고 이제 한 해가 또 끝나가는 시기가 되니 이런 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많이 복잡했습니다. 글을 계속 쓰지 못했는데, 주일 예배 준비를 하며 떠오른 이 찬양이, 다시 글을 이어갈 수 있게 했습니다. 모두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2024년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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