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퀴어' 사람들 중에 평화!
소란한 세상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예수께서 인간의 몸으로 세상에 오신 날로 기억하고 기념하는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탄은 어떤 날인가요?
SNS를 살펴보면 올해는 성탄을 집회 현장에서 보내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으신 것 같고, 또 예년처럼 친구 만나는 이야기, 애인
만나는 사진, 게이들의 성탄 섹속, 번개 후기들도 여전히 많이 보였습니다.
퀴어 기독교인들의 성탄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성탄절이 되면, 설교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의 반 타의 반 복음서에 있는 예수의
탄생에 대한 본문들을 찾고, 묵상하고, 또 글을 쓰게 되는데,
올해는 그 여러 본문 중에 특히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라는 구절이 계속 눈에 들어와서 하루 내내 되뇌며 묵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이 ‘평화平和’에 대해 설명하며, 한자로 화할 화和라는 글자는
각각 벼와 입을 의미하는 두 글자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평화는 결국 모든 사람의 입에 벼(쌀)이 골고루 들어가게 될 때 이뤄지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의미애서,
모든 사람의 입에 골고루, 공평하게 들어가야 할 쌀은 결국 모든 사람이 같은 권리와
자격을 누릴 ‘인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의 퀴어 인권운동의 방향이 차별금지법과 혼인 평등,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향해
있는 이유 또한, 퀴어 사람들이 퀴어가 아닌 사람들과 평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한 것, 결국 평화를 위한 운동이고, 투쟁일 것입니다.
미국에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로부터 자신의 또 다른
게이 친구가 망명 신청을 해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자기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이유로 망명자 신분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슬람권 어느 나라들처럼,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공개 처형을 당하거나, 명예 살인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경우엔 당연히 망명을 신청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제가 듣게 된 사례는 살인과 재판의 위협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성적 지향화 성
정체성으로 인해 가족 안애서 폭력과 전환 치료 등 심각한 학대를 당했고, 그래서 그분은 자신이 원래 자신의
나라에서는 이런 가족의 학대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증거와 자료들을 모아 망명 신청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알게 된 것은,
정말 실제적인 생명의 위협이나 죽음 직전의 경험만이 망명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며, 정신적, 경제적 학대와 고통 또한 그 나라에서 그 한 사람이 게속 살 수 없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기에 망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 친구 또한 망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제 상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만일 목사인 내가 한국에서 성 정체성을 밝히게 되거나 누군가
그것을 폭로한다면, 당연히 직업을 잃고 한국 어디서도 목사로 일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참기 힘든 모욕과 비난, 욕설을 듣게 될 것이며,
어떤 사람은 그 와중에 정말로 위협과 위해를 가할 수도 있으니, 경제적 위기,
정신적 고통과 생명의 위협을 모두 경험하게 될 그 모든 미래의 상황들을 가정하면, 저도 망명 자격이 이미 충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민자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미래의 가능성만 가지고 망명을 받아줄거라 생각되지 않지만,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라면 충분히 자격이 인정될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친구와 그 이야기를 나눌 당시에 저는 변호사 비용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저 찰나의 생각과 대화로 끝이 났지만, 지금도 그 순간 했던 생각들을 문득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망명을 해야 할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고, 망명 자격이 충분히 갖춰져 있는 사람이라니, 전에 한 번도 해 본적 없었던 생각이었지만, 그 때 친구의 전언으로 비로소 제 상황과 처지를
인식하고 인지하게 되었을 때, 한국에서 퀴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저에게 새삼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오늘 성탄절을 보내면서,
또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고, 당장 다음 달부터는 짐을 싸야 할 상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라는 구절을 그렇게 현실적으로, 되뇌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
그 중에 퀴어가 포함되어 있는가? 당연합니다. 그래서 예수가 탄생한 것은 퀴어 사람들에게도 ‘평화’의
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퀴어 인권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 누군가 저에게 질문한다면, 저는 이제 ‘평화’를 위해서 -퀴어 사람들의 입에도 퀴어가 아닌 사람들과 똑같이 쌀(인권)이 들어가고 채워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평화이기 때문에- 이 운동과 투쟁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축하하기
위한 이 날,
‘평화’를 묵상하며, 단순히 한국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님이 기뻐하신 퀴어 사람들 중에 평화가 온전히 이뤄지고 임할
수 있도록, 다시,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신 퀴어 사람들의 평화로, 평화의 존재로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으니,
우리를 기뻐하신 하나님의 평화가 퀴어 사람들과 함께, 퀴어인 저와 함께, 우리 모두와 함께하기를...
아멘.
Merry Queermas, Happy Holidays, and Pea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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