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퀴어한 예수의 퀴어한 탄생을 퀴어하게 기다리는 시간 - 두번째 이야기

 뉴욕과 뉴저지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제가 동부의 추위와 겨울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의 날씨가 한국과 놀랍게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연락을 하거나 SNS를 살펴보면, 한국에 비나 눈이 오면, 여기도 그런 한국 날씨와 같이 하루 이틀 전후로 비나 눈이 옵니다. 그래도 오랜 시간 이런 이 지역의 날씨가 나름 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올해는 유독, 그리고 부쩍 이런 날이 되면 한국 생각이 더 납니다.

성탄절 직전, 대림절 마지막 주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림절은 문자 그대로 예수가 임()하시는 것을 기다리며 고대하는 절기입니다. 이 시간에 우리는 예수가 세상에 오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예수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예수라는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예수 탄생을 기다리고, 그날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준비합니다.

예수님은 어떤 분이시니?”

선교단체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보내며, 새로 만나게 되는 후배들에게, 그리고 간사가 된 이후에는 새로 만나게 된 학생들에게 항상 이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제가 졸업한 학부와 대학원에서 간사도 했기 때문에 후배와 학생들 모두 신학생이었고,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질문은 어쩌면 너무 쉽고 간단한 질문이었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대답을 하는 상대방에게 저는 다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너에게예수님은 어떤 분이시니?”

지식으로 알고 있는 예수 말고,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이 믿고, 이해하고 있는 예수는 어떤 존재인지를 파악하고 싶어 항상 했던 질문인데, 사실, 이 질문은 누구라도 막상 대답해보라고 하면 말로 한 번에 설명하기 민망하고, 그래서 난감한 질문입니다. 저도 말로 풀어서 대답하라고 하면 아마 잘 대답 못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질문을 항상 했던 이유는, 신학생이라면, 내가 지식으로 알고 있는 예수뿐만 아니라 내가 경험했던, 만났던, 그래서 그것을 바탕으로 믿고, 이해하고 있는 각자의 예수, 각자의 간증과 고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에게 예수는 어떤 존재인가?”

저도 항상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이 물음은 중요합니다. 퀴어 사람들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한국인 퀴어 사람들에게는 더, , 더 중요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부정否定, 不正wrong, Deny 하고, 부정不淨unchaste, unfaithful, faithless, false하다고 말하는 사회와 교회 공동체 가운데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퀴어 사람들을 이상하고 괴이한 존재로 여기며, 죄와 질병으로 단정, 취급하고, 퀴어 사람들은 지우고 사라져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여깁니다. 그 중심에 교회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교회의 가르침에 길들여져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전하고 있는 그 모든 말들 속에서도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까?’

예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나에게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예수님이라면, 퀴어 사람들을 어떻게 대면하고, 어떤 말을 건네고, 어떤 방식으로 함께하셨을까요?

예수는 퀴어 사람들을 부인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는 퀴어 사람들이 더럽고 부정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는 퀴어 사람이라는 것이 죄라고, 저주를 받은 것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예수는 오히려 퀴어 사람들을 저주하고, 공격하며 자기 의를 세우고, 자기 공동체를 단결시켜, 자기들의 권세와 권위를 유지하려는 이 시대의 종교 지도자들과, 그들의 소리에 아무 생각 없이 순종하고 따라가며 함께하고 있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성전을 정화하며, 욕을 하고, 채찍을 휘두르셨던 그 때처럼, 매타작을 하고, 욕을 하며, 더럽고 불결한 것은 오히려 너희들이며, 너희는 가증스러운 위선자들이니 나의 성전에서 나가야 할 것은 너희들이라고 소리치실 것입니다.

제가 믿는 예수는, 저에게 예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제가 배우고, 경험하고, 그래서 확신하고 있는 예수는, 유대인들이 부정하다며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던 사마리아 사람들과 한센병 환자들, 혈액이 유출되는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나 정신질환, 귀신에 들린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병을 고쳐 주시며, 그들이 오히려 하나님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신 분이십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고발하며, 여성과 어린 아이들을 남성과 동등한 위치와 자격이 있다 인정해 주셨던 분,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그 예수가 오늘, 지금, 여기 다시 오신다면, 누구를 더 책망할까요? 누구의 죄가 더 크다고 말할까요?

퀴어 사람들을 교회 밖으로 내쫓고, 저주와 판단의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그들의 편에 서 있는 사람들마저 괴롭히고 못 살게 굴며 자신들의 의를 자랑하려고 하는 바로 그들, 그 교회, 그 무리들을 책망하며, 그들의 죄가 더 크다고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예수께 우리의 모습 그대로, 우리의 존재 그대로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예수는 우리를 부인하지 않고, 쫓아내지 않으실 것입니다. 예수는 우리가 퀴어인 것이 고쳐야 할 질병이거나 풀어야 할 저주, 쫓아내야 할 귀신의 역사라고 말씀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복음서 어디에도, 신약 성서와 히브리 성서 어디에도 그런 예수, 그런 복음, 그런 하나님은 없습니다.

퀴어가 아닌 사람들의 구원자가 되시는 예수는, 또한, 퀴어 사람들의 구원자입니다.

우리가 퀴어인 그대로, 예수의 구원은 우리에게 어떤 차별이나 비난 없이, 우리와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가 기다리고, 기뻐할 예수는 그런 퀴어들의 메시야, 그리스도이십니다.

성탄절이, 크리스마스가 그들만의 절기가 되지 않게 하십시오.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는 우리 퀴어들의 평화로, 퀴어들의 기쁨으로, 퀴어들의 해방과 자유를 위해, 우리에게 오시는 분이십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예수는 어떤 분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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