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 다시 한 번 강조하기 (들어가기 전에)
설교와 일상, 개인적인 생각들과 성경 해석에 대한 글들을 모두 포함해서 그동안 10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제 블로그는 퀴어 사람이자 목사로서 제 일상과 생각을 담은 글들과 지난 번 글에서 예고한 퀴어 관점으로 해석해 보는 성경에 관한 글, 그리고 간간히 제 설교들 중 퀴어 관련 내용들이 담긴 것들을 게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 번 예고했던,
퀴어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지난 번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사실 그동안에도 많은 분들이 퀴어 관점으로
이뤄진 성경 해석을 한국인들, 한국인 퀴어 기독교인들에게 소개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성경 해석을 수용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기고,
그러면 안 되는 것처럼 반응하는 것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자신이 퀴어 사람이면서 그리스도인인 퀴어 당사자들조차도,
‘하나님도 퀴어’라고 말하는 것이나, 룻과
나오미, 다윗과 요나단, 자신의 종의 병을 고쳐 달라고 예수를 찾아온
로마인 백부장, 에티오피아에서 온 내시와 같은 사람들을 ‘퀴어’
사람으로 해석하고 소개하면, 그럴 리가 없다, 그건 너무 과한 해석인 것 같다, 작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해석 아니냐, 그래도 되는 것이냐 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해석해 보는 것을 꺼려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성경이
퀴어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일 수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나도 비록 퀴어 사람이긴 하지만,
내가 죄인인 것을 알고 있다. 그저 하나님이 이런 나라도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정도의 믿음이 바르고 온전한 것처럼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우리가 퀴어인 그대로, 교회 안에 있어도 되는 것처럼, 퀴어인 그대로, 퀴어가 아닌 사람들과 동일하게 예배하고 함께해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퀴어인 그대로, 퀴어로서, 퀴어한 관점으로,
퀴어한 생각과 상상을 하며, 성경을 읽고 해석해도 됩니다.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모든 성서 해석은 기본적으로 자의적이고 작위적입니다. 성경을 읽으며 내가 해석하고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새로운 것을 깨닫기도 하고, 교정하기도
하고, 그렇게 공통의 의견과 생각이 모여 하나의 원칙이 되었을 때, 그것이 하나의 교리, 질서, 관습 등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교리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바뀌고 변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오순절 이후부터 지금까지 교회 공동체의 믿음과 교리에 아무런 변화나
수정이 없었다면, 교회는 지금도 유대교 공동체처럼 구약에 규정된 율법들을 그대로 지켜야 하고,
바울이 말한 것처럼 여성들은 교회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고 예배를 드려야 하며, 저출생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지금, 가능하면 성직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좋고, 여성들은 목사가 될 수 없으며, 모든 재산은 교회가 모아서 공동으로
소유하고 분배하면서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게 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지금도 기록되어 있는 문자 그대로 지키며
사는 것,
그것이 정말 참된 믿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성서에 기록된 문자를 지키고 따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고 가르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것을 지키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퀴어답게,
삶을 요리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삶을 맛있게 요리해야 합니다. 성경이라는 레시피가 존재하죠. 원칙주의자들은 삶이 맛있어지려면 레시피에 적힌 문자 그대로 하나라도
틀림없이 다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레시피는 이미 오랜 세월 대를 이어 전해내려 온 것이라,
그 중에는 지금은 사라졌거나 사용할 수 없는 혹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식자재와 조미료가 포함되어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 레시피가 기록된 시기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지금 이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새로 발견된 식자재와 조미료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레시피는
그 레시피를 기록한 사람, 당시의 식문화와 풍습 등이 반영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 그 레시피를 발견하고 사용해 보려고 하자, 여러가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 레시피가 삶을 요리하기에 정말 훌륭하고 굉장한 것은 맞는데,
막상 이 레시피에 따라 조리를 해보려고 하니 기록된 그대로만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것들을 적용하고 배합해 볼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원칙주의자들은 꼭 반드시 레시피에
적힌 그대로 해야 삶이 맛있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레시피에 적힌 글자 외의 다른 변주는 모두 가짜,
거짓이며,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레시피를 기준으로 그 레시피에 다른 해석과 적용을 해서 삶을 요리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잘못되었고 그 자체가 죄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며 모두 내쫓아 버립니다.
그런데, 성경이라는 레시피로 삶을 맛있게 요리하는데 꼭 그 레시피에 적힌 ‘문자 그대로’만 요리해야 할까요? 성서는 삶이 맛있고, 건강하게 조리될
수 있도록 처음 그 레시피를 만든 사람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사람과 세상에 주신 지침이며, 기준입니다.
그 기준이 있기 때문에 기준을 잘 의식하고 있기만 한다면, 변형이나 변주,
새로운 식자재와 조미료를 더하거나 원래 레시피에서 어떤 것은 덜어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입니다.
레시피의 목적은 삶이라는 요리를 맛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 레시피 자체를 절대적으로
수호하고 지키는 것이 최우선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퀴어 사람으로서,
퀴어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해석해 보려고 할 때, 우리가 따를 방법은 그 성경이라는 레시피에 적힌 문자 그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틀렸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하며 거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재료들과 조금 ‘다른’ 원재료인 우리의 삶을 성경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잘 변주하고 변형하며 요리해 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원재료의 종류가 형태가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르기 때문에 레시피에 미처 기록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접근,
새로운 해석, 새로운 접근방식도 적용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삶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 제공되는 성경이라는 레시피를 정말로 존중하고 잘 따르는 방식일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우리가 퀴어 사람으로서, 퀴어의 경험과 관점으로
성서를 읽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레시피에 기록된 것과 조금 다른 접근과 관점이라도,
그것이 궁극적으로 삶을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려는 레시피의 원래 목적과 참된 뜻에 부합하고 있다면, 그것도 시도해보고, 맛도 보고, 그 가운데서 나의 레시피도
만들어지고, 내 삶이라는 요리도 맛있게 만들어가는 그런 우리의 믿음, 우리의 성경 읽기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원래 성경의 첫 시작인 창세기,
더 정확히는 ‘하나님의 창조’를 퀴어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내용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앞으로 계속되는 성경 해석 방법에 대해 무서워하고 염려하며 받아들이지
못할 분들을 위해 한 번 더 길게, 이런 설명의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퀴어의 관점에서 성경을 읽고 해석해 보는 것인 복음적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막상 앞으로
계속 제 글을 읽다 보면, 더 진보적인 성경 읽기를 해 오셨던 분들, 그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오히려 너무 보수적이고 제한적인 해석이 아닌가 싶기도 하실 겁니다. 다만 제 글의 목적은 보다 더 대담하고 진보적인 퀴어 관점으로 성경 읽기를 소개하려는 것이 아닌, 퀴어 사람이 퀴어인 그대로, 자신을 긍정하면서 어떻게 성경을 읽고, 어떻게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유지하며, 그 성경을 퀴어인 자신의 삶을 요리하는데 사용할 수 있을지
안내해 보려는 것에 있다, 그래서 신학적인 글쓰기보다는 에세이나 설교에 가까운 접근으로 글쓰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원래 적으려고 했던 창조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적겠습니다.
글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퀴어 사람‘도’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퀴어’로, 같은 사랑을 그분의 호흡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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