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꼭 내가 해야 하지?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던, 제가 대학생 때 활동했던 선교단체는 선교 활동과 소속 간사, 선교사들이 단체의 지원이나 지급이 아닌 모두 자비량’, , 개인이 스스로 후원을 받아 활동을 해야 했던 곳이었습니다. 학생으로 있을 때 전도여행을 다니면서, 그리고 신학대학원을 다니며 3년간 간사를 하면서 저도 (잠시 교육전도사 사역을 하며 돈을 벌긴 했지만) 후원을 받아 활동을 했습니다.

때때마다 기도편지를 참 많이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후원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하려는 일,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잘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합니다. 정기, 부정기적으로 기도편지를 발송하고, 후원자를 만나 기도 제목을 듣고, 연말이면 작은 선물도 준비해 보내면서 후원자가 자신을 계속 후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후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개념으로 쉽게 설명하면, 그것도 일종의 영업인 것입니다. 그 영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홍보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먼저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한 확신과 지속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왜 월급도 주지 않는 이 단체에서 간사로 일하고, 선교사로 파송 받으려고 하는가?

내가 하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그렇게 할 만큼 가치가 있는가?

그걸 왜 꼭 내가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자기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그 답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돈을 주지 않는 그 단체에서 버티며계속 일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지만, 그것마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느끼고 계시겠지만, 세상의 다른 대부분의 일들도 이런 생각과 믿음이 없으면 그 일을 계속 해 나갈 수 없고, 버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 단체에서 (휴학 기간까지) 5년동안 학생으로 활동하고, 대학원에 다닐 때는 3년간 간사로 일하면서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지키며 존재하고, 버티고, 일하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지 않을 수 있었고,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도 각자 자가 버전으로 저 질문과 같은 자기만의 질문 그리고 답을, 찾고 있거나, 이미 가지고 있거나, 그 답에 대한 믿음 때문에, 자기 삶을 살며 버티고 지속하고 계실 것입니다.

위의 질문이 학부와 대학원 시절, 제가 제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대로 살기 위해 던졌던 질문들이었다면, 지금은 지금대로 또 질문하며 답을 찾고, 그 답을 믿으며 살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내가 목사를 계속할 거라면, 왜 굳이 내가 게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 ‘퀴어 목사가 되려는 것인가?

어차피 지금의 한국인 사회, 교회 공동체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인데, 꼭 그래야만 할까? 그럴만한 가치가 있나?

그걸 왜 꼭 내가 해야 하지?

저는 지금도 대책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무모한 것은 매우 굉장히 싫어합니다. 생각이 많고, 그래서 망설이고 주저하기를 잘하며, 그러다 한 번 도전해보고 안 되면 역시~’하며 잘 포기하고, 그것 때문에 자책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반복해 온, 그런 종류의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목사라는 일을 계속할 거라면, 지금의 저는, 제가 게이라는 것을, 퀴어 사람이라는 것을 숨기면서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왔고, 그 와중에 좋은 성과를 얻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놓여 있지만, 한국으로 가게 되더라도, 퀴어 목사가 아닌, 이성애자인 척해야 하는 사람, 그런 일반목사가 되진 않겠습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나를 속이고, 내가 교회 안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속이며,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속이는 것으로 어떻게 멀쩡한 기독교인, 신앙인, 목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제가, 저의 성적 지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제가 퀴어 사람으로서, 목사인 것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매도할 사람들의 문제일 뿐 하나님과 저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것을 막고 하지 못하게 한다면, 못하게 될 수 있겠죠. 그러면 저는 또 내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내 믿음이 틀렸나?’, ‘아니 그냥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내가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더 좋은 스펙을 만들었다면 그래도 괜찮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며 더 깊이 땅굴을 파고 고통을 자초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제 답과 믿음이 틀린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가 믿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성경을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기도를 하고 또 해도, 제가 알고 믿는 하나님은 제가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아무 상관없이 저를 대하고 사랑하시며, 그래서 제가 게이라는 것이 목사라는 직을 유지하는데 결격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꼭, 퀴어인 그대로, 목사이고 싶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글을 계속 써서 게시하고, SNS에 그걸 알리고, 제 개인 정보를 털어 놓으면서 지금도 여전히 무섭습니다. 혹 한국인 기독교인 중에 퀴어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고 혐오하며 반대하는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어쩌지? 같은 교단 목사 중에 누가 알게 되면 어쩌지? 나는 괜찮은데, 목회를 하고 있는 우리 부모님에게 혹 해가 되면 어쩌지? 염려와 걱정을 합니다.

가능하면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그걸 왜 꼭 내가 해야 하지?

그냥 지금 제 답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당사자 중에) 아무도 안 했다면 나라도 해야지!

돌이 되어 소리치는 것, 퀴어 사람도 퀴어인 그대로 교회 안에 존재할 수 있으며, 존재해야 하고, 그걸 말하고 외칠 퀴어 당사자인 목사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여기 코딱지처럼 작은 퀴어 목사 라이언 돌멩이가, 당장 거리에 나가 외치지는 것까지는 못해도, 외쳐도 들릴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흔적이라도 남겨 놓아야 되겠다, “퀴어 사람 중에 목사도 있다, 있었다!” 그걸 기록이라도 남기는 것,

그런 마음, 그런 믿음으로 글쓰기부터 시작했고, 퀴어 목사로 존재하고 있는 동안은, 계속 해보려고 합니다. 예정대로면 그래 봐야 이번 겨울이 끝나기 전, 몇 개월이지만, 또 모르죠.

저는 믿음대로 행하고 있으니, 제가 맞으면, 잘하고 있는 거면

주님, 주님도 이제는 뭐라도 좀 해주세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 직전에 올린 글, 퀴어 당사자인 퀴어 목사 라이언의 관점으로 성경 읽기, 해석을 하는 내용을 담은 

  '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연작의 첫번째 글도 곧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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