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 대한 감사 인사, 그리고 바람과 기도

 학부와 대학원 시절, 제가 속해 있던, 전에 올린 글에서 몇 번 언급했던 선교단체는 간사(사역자)에게 월급을 주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간사로 지원한 사람은 정기적으로 기도편지를 발송하고, 교회와 개인에게 후원을 요청하며 자기 생활비를 본인이 직접 후원과 헌금을 통해 충당해야 했습니다. 학생들도 국내나 해외전도여행을 갈 때, 선교(제자)훈련을 받을 때나 수련회를 참석할 때, 교통비, 항공료를 비롯한 생활비와 회비를 동일한 방법으로 본인이 모두 모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후원을 받아 사는 삶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기도 했고, 옆에서 많이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교회 사역을 따로 하며 교회에서 받은 돈으로 생활을 하고, 선교단체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고, 저도 그렇게 한 적이 있었지만, 보통의 경우, 위에 언급한대로 자신이 직접 후원자와 헌금해 줄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이유로 그 단체 안에 대부분의 사역자가 가난하고, 항상 자기 필요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며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글 말미에 항상 후원계좌를 올려 놓으며, 그 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퀴어이면서 목사인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내가 퀴어 목사로 계속 일하고 싶은 것이 옳은 방향이라면, 그것이 옳고 바르기 때문이라도, 내가 믿는 하나님이 내 삶을 책임져 주시고 필요한 것을, 그 때 그 시절처럼 공급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알량한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공급하심을 보고, 경험하면서 내가 틀리지 않았고, 잘못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 당시에도 저를 비롯해서 아직 사역 연차도 짧고 경험도 많이 없는 젊은 간사들은 후원자를 잘 모으지 못하고 모아도 후원 받는 액수가 적다 보니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오래 사역하고 연륜도 있던 리더, 간부급 간사님들은 강의도 많이 다니고 후원자도 많아서 그 후원들로 가족 전체가 생활하는 것을 보며 동경하고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제가 그 때 그분들과 비슷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저는 여전히 그 어리고 젊은 신입간사 시절처럼 누군가에게 후원을 부탁하거나 필요를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고 낯설며 자신 있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바라는 마음에 후원계좌를 올려 놓고, 또 기도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에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 벽장 속에서 나와서 퀴어인 나를 나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삶을 살고 있지만,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는 아마 후원 요청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 시절에 꿈 꿨던 그대로 해외 선교사가 되자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그래서 후원 많이 해달라는 이유가 아니라 (물론 누구라도 주신다면 정말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만;) 제가 올린 후원 계좌를 보고 이미 후원을 해 주신 몇몇 분들이 계셔서 그분들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유려하게 잘 쓰고 있지도 못하고, 또 제 개인사가 담긴 글들은 자기연민과 암울한 상황들이 가득 담겨 있음에도, 그 몇몇 글들을 보고 후원해 주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후원해 주신 액수와 관계없이 그 모든 것이 저에게 큰 격려가 되고 계속 글을 써야 하겠다는 동기와 동력이 되었습니다.

물론 글도 더 잘 쓰고, 혹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음성이나 영상으로 퀴어와 기독교에 관련한 내용들을 더 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지금도 이렇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접근성도 좋지 않으며 내용도 보잘 것 없는 글을 읽고 후원을 해 주신 것을 확인하게 될 때마다, 지금 할 수 있는 이것이라도, 그래도 정말 끊이지 않게,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래도 이게 맞고 옳기 때문에, 이 글에 누군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였기 때문에 이런 후원을 받았구나 확신하게 되며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글을 올릴 때마다 글의 말미에, 후원 계좌를 적은 것 바로 위에 항상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라는 문구를 함께 적어 두는데,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실제로 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 상황 그대로 적어 둔 것입니다.

미국에서 지금 사역하고 있는 교회는 아주 작은 규모의 가정교회이기 때문에 사례로 받는 금액이 문자 그대로 소정의 수준이고, Cash Job 아르바이트나 다른 일을 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사실 생활비는 항상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런 것도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결정한 큰 이유였기 때문에, 그 와중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 글을 통해 후원이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 정말 큰 격려와 위로가 되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올린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일단 교단에 사직서를 제출하게 될 것 같고, 교회에 속해 있는 목사로서 일하는 것은 끝이 나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더라도, 후원해 주신 분들을 기억하면서 제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퀴어와 기독교에 대한 글을, 퀴어와 퀴어 성서 해석, 퀴어 하나님, 퀴어 복음에 대한 글을 꾸준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이 저에게는 이 글을 쓰는 것이, 그리고 근본적으로 제가 퀴어 목사로서 사역하며 믿고 있는 것이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동안 후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일을 계속 해보겠습니다. 더 잘 쓸 수 있도록 해보고, 정신도, 기운도 얼른 더 잘 차려 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모든 퀴어, 퀴어 그리스도인, 퀴어 앨라이 분들께도 더불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가 믿고 있는 그대로, 퀴어 사람들을 사랑하고 전적으로 수용하며 환대. 환영하시는 하나님을, 예수의 복음을, 위로와 격려와 진실을 앞으로도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게 옳고 맞으면, 그럼 이 일이 계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을 통해서든 누구를 통해서든) 공급하심이 이어지고, 지금은 흐릿하고 희미한 길도, 조금씩 더 선명하게 잘 보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간증이 되길, 부디 그렇게 되기를

다시 한번, 크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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