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 벽장 밖으로 나온 모세, 벽장 밖으로 나온 하나님 (퀴어한 성경 해석: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
“물론 출애굽기의 저자들은 이 본문을 전수할 때 트랜스레즈바이게이 공동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성서를 거룩한 문서로 가치 있게 여긴다면, 성서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에게 무언가 특별히 할 말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각 부분에 대해 뭔가를 가르치고, 생각하고 따를 것을 얘기해 주리라 여긴다면, 출애굽기가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가진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밝혀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퀴어성서주석 I. 히브리성서 <출애굽기> p.120-121
여러분에게
출애굽기는 어떤 책, 어떤 기록인가요?
출애굽기에는
퀴어 사람들의 커밍아웃 과정의 유비-두 개의 사물이 몇몇 성질이나
관계를 공통으로 가지며, 또 한쪽의 사물이 어떤 성질이나 관계를 가질 경우, 다른 사물도 그와 같은 성질이나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추리하는 일(다음 사전)-로 해석 가능한 세 가지 서사가 등장합니다.
히브리인으로
태어났으나 강에 버려져 이집트 공주에게 건져진 모세는 이집트인으로 자랐지만 성인이 되며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깨닫고,
히브리인으로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람들 앞에 그 정체성을 밝히고 드러내는 일을 감행합니다. 모세는 이 일로 인해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 심지어 자신의 나라에서 완전히 쫓겨나 추방당했습니다.
모세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 마침내 자신의 진짜 정체를 깨닫고 수용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밝히고 있는 것, 그로 인해 가족과 사회 공동체에서 쫓겨나게 되는 이 모든 서사는
퀴어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 나가며, 커밍아웃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로 인해 가족과 친구, 공동체로부터 추방되고 버려지는 경험들과 맞닿아 있습니다.
출애굽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두번째 퀴어 서사는 히브리 노예들의 해방에 대한 기록들입니다. 퀴어 성서 주석은 출애굽기가 이집트 사람들의 노예로 그들의 압제와 폭력 아래 있던 히브리인들이 이집트(히브리어로 미츠라임: 좁은 곳, 수축된 지역)라는 벽장 속에서 나와 ‘노예’ 신분을 벗고,
해방과 자유의 길로 나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고, 그것이 그들이 스스로 노예에서 ‘이스라엘’이라는 독립된 주체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결정적 사건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모나 웨스트, 2000: 74, 퀴어성서주석에서 재인용) 이집트라는 거대한 문화와 관습, 압제와 폭력 아래 자기 자신을 잃고 노예로 살던 사람들이 그
곳, 이집트라는 벽장을 탈출해 광활한 광야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여정은 퀴어 사람들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자기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탈출하고 벗어나 자기 자신을 찾아가며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는 과정과 닮아 있기에
우리는 이 출애굽기를 충분히 퀴어 서사로 읽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모습도 지극히 퀴어하고, 하나님은 모세와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퀴어하게 관계를 맺으며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볼 수 있기에 이 또한 퀴어 서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야곱과 모세의 죽음 이후 그들의 자손인 히브리인들이 노예가
되어 있기까지 숨어 있던 하나님은 마침내 모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자기 정체를 밝히며 등장합니다. 이 때 하나님이 자기 정체를 설명하고 있는 내용과 모세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노예인 히브리인들이
이집트를 탈출해 광야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고 확립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모든 내용들이 하나의 거대한 퀴어 서사, 퀴어 여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출애굽기의 하나님을 통해 퀴어한 하나님, 퀴어와 함께하시고 퀴어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엿볼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는
모세,
히브리인들, 하나님이 각각 자기 정체성을 알아가고, 찾고, 밝히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퀴어 사람들에게
이 책은 단순히 노예였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자유와 해방의 역사로 읽는 것을 넘어서서, 퀴어 사람들의 커밍아웃
과정처럼 자기 정체성을 알아가고, 찾고, 마침내 그것을 다른 모든 이들에게
밝히며 ‘내가 나로서’ 가족이나 사회, 관습과 문화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향해 나가는 여정을 담은 기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출애굽기를 읽어 내려갈 때, 이 기록들은 단순히 어느 한 민족의 역사를 서술하고 보존하고 있는
기록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오늘, 지금 퀴어인 내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 하나님의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퀴어인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
옛 역사 기록, 옛 이야기를 통해서도 지금, 오늘 내게 말씀하며 함께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출애굽기에 대한 첫번째 글을 쓰면서, 이 글에서는 먼저 출애굽기 초반부
서사를 통해 모세의 이야기가 어떻게 퀴어 서사로 읽힐 수 있는지를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출애굽기에 담겨 있는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과 해방 이야기가 어떻게 퀴어 서사로 읽힐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모세와 히브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함께하시는 퀴어한 하나님의 모습은 각각의 글에 배분하며 알아가 보겠습니다.
이집트인으로
자라난 모세는 어느 순간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인식하고, 찾고, 발견하며 히브리인으로서 동족을 도왔지만, 도리어 그 일로 자신의 이집트인 가족에게 자기 정체가
폭로되고, 그는 그의 가족과 사회 공동체로부터 축출되어 광야로 내몰리게 됩니다. 모세가 겪게 된 이 모든 일들은 퀴어 사람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인식하고, 탐색하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을 찾고, 발견하게 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또한 모세가 동족 히브리인을 돕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숨기는 장면에서도 아직 벽장 속에서 혹시라도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이 밝혀지게 될까 두려워하며 최선을 다해 그것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은둔 퀴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그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정체와 살인죄가 폭로되어 가족과 사회 공동체로부터 쫓겨나게 되는 과정 또한 퀴어들이 경험할 수 있는
아웃팅에 대한 공포와 그 아웃팅과 커밍아웃 이후 가족과 사회, 자신이 속해 있던 공동체로부터 죄인으로 낙인
찍히며 실제로 방출되고 쫓겨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 일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세는
마침내 진짜 자신을 알고, 찾고, 발견했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고 혹독했습니다. 죄인이 되었고, 가족과 사회, 자신이 속했던 공동체로부터 방출 당하며 그가 누리고 있던 모든 권리와 혜택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없어지는 상황 한 가운데 놓이게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던 것 하나로-물론 살인은 명확하고 분명한 범죄이지만, 모세의 추방이 단순히 살인 때문이 아니라 명백히 그가
사실은 노예인 히브리 사람이었다는 것 때문이었으므로-모세는 이제 모든 것을 잃고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완벽하게 실패했고, 광야로 내몰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참혹하고 실패의 시간이 그의 삶에서 가장 놀랍고 경이로운 사건을 경험하는 시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모세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람들 앞에 자신의 정체가 폭로되었던 그 때,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 죽지 않을 만큼 적당히 괜찮은 삶을 살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가 경험했던 수치와 실패, 죄책감과 좌절의 경험은
지워지지 않고 그에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자기 자신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사람들 앞에 밝혔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선의가 수치와 심판으로 돌아오게 된 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환멸과 공포를 가지게 되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모멸감과 살인에 대한 죄책감,
자기 정체를 너무 경솔히 인정하고 밝혔던 것에 대한 후회를 안고 차라리 광야에서의 삶이 자신에게 알맞은 삶이라고 여기며
만족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출애굽기의 하나님은 바로 그 시기에, 바로 그런 모세 앞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야곱과 요셉의 죽음 이후 모세의 시대까지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으셨던 벽장 속의 하나님은, 지금 벽장을 뚫고 나와 그로 인해 온갖 수치와 실패의 경험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모세 앞에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키셨습니다.
그 하나님이 누구인지 묻고 있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대답하셨다. "나는 곧 나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기를, '나'라고
하는 분이 너를 그들에게 보냈다고 하여라." 출애굽기
3장 14절 (새번역)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또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같이 이르기를 스스로 있는 자가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라
출애굽기 3장
14절 (개역개정)
주류
사회로부터 주류가 아닌 소수자로 밝혀져 그가 속해 있던 사회와 문화, 관습으로부터
온갖 판단과 비난을 받고, 그의 정체가 규정 지어지고 재단된 이후에 그 주류에 속해 있는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추방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자신의 정체를 ‘나는 곧 나’, ‘스스로 있는 자’라고 밝히십니다. 즉, 하나님은 스스로를 어떤 사회나 문화, 관습의 영향을 받지 않으시며, 그 위에 존재하는 분, 어떤 규정으로도 설명되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도 재단할 수 없는 존재, 세상의 처음부터 스스로 계셨고, ‘나’ 그 자체라고 자신을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이,
모든 사회와 문화와 관습, 모든 규정과 판단, 전통과 법을 초월하신 그분이, 사회와 문화와 관습으로부터 규정되고 판단과 심판을 받으며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쫓겨나게 된 모세 앞에 나타나 내가 세상에 모든 존재 중에 단 한 사람, 너를 선택했다고 말씀하시며
모세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실수도 아니고, 죄도 아니며, 그가 틀리지
않았고, 도리어 내 선택을 받게 된 특별한 존재라고 확인하고 인증하십니다.
이로써
모세는 자신이 안고 있던 모든 실패감과 수치와 모욕의 경험이 실은 실패도 아니며 부끄러움도 아님을,
히브리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이 실수도 아니고, 죄도 아니며,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정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밝혔던 것으로 인해 큰 실패를 경험하고, 수치와 모욕을 떠안게 되었지만, 하나님은 바로 그 때, 모세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밝혔던 그 시기에 모세를 찾아와
그를 만나 주셨으며,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셨던 자기 모습을 보여 주시고, 다른 사람에게 밝히지 않으셨던 자기 이름과 정체를 말해 주셨습니다.
모세가
자기 정체를 인정하고 밝히자, 하나님이 자기 정체를 밝히며 모세에게
나타나신 것, 그런 모세를 누구보다 지지하며 그를 특별한 사람으로 선택하신 것,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 퀴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나아가 커밍아웃까지 하게 되었을 때, 모세에게 그렇게 하신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 자신 그대로, 나인 그대로 우리를 인정해 주시며,
내 편이 되어 주시고,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모세의 하나님이, 지금 우리들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우리들이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고민하며, 결국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였지만 한동안 두려움 가운데 벽장 속에 머물러 있다가 용기를 내 커밍아웃을 감행했지만, 혹은 누군가의 아웃팅에 의해 우리의 정체가 발각되고 폭로되었지만, 사회와 문화,
관습이 우리의 존재를 용인하고 용납하지 못하며, 가족과 여러 공동체가 나를 비난하고
판단하며 쫓아내고 수치와 부끄러움을 줄 때, 그러나 하나님은 내 편이심을, 하나님은 나를 인정하고 나와 함께하는 분이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출애굽기가 말하고 있는 자유와 해방의 모습입니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밝혔을 때, 사람들은 나를 문화와 관습과 종교로 옭아매고 재단하며, 나 그대로를 버리고 포기한 채, 그 문화, 관습,
종교의 노예가 되라고 요구하지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밝혔을 때,
하나님은 나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시며 내 편이 되어 주시고 그로 인해 나는 그제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고
만끽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며, 거칠고 험한
삶의 여정 속에서 안전을 담보해 주십니다.
출애굽기를
통해서 우리는 이 해방의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출애굽기에 기록된 모세와
하나님의 이야기는 퀴어 해방의 하나님, 퀴어와 만나고 대면하시는 하나님, 퀴어의 삶을 이끄시는 하나님입니다. 출애굽기는 퀴어들이 자기 자신을 나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거기서 하나님이 퀴어인 나를 만나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출애굽기는 퀴어들이 자기 자신을 나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을 때 두려움과 공포, 수치와 부끄러움이
아닌, 자유와 해방, 인도하심과 함께하심, 안전함과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으시는 퀴어
여러분, 출애굽기를 읽게 되실 때 그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의 편이 되셨습니다. 그 하나님이 우리를 자유와 해방으로, 안전함과 경이로움으로 이끌며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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