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횡설수설, I got You - 드라마 Tale of the City와 Pose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히며 이미 일본 드라마 ‘이 남자를 주웠다’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미드, 특별히 퀴어 작품 중 좋아하고 추천할만한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테일 오브 더 시티 Tale of the City’입니다. 그리고 하나 정도 더 선택한다면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분이 알고 계시는 ‘포즈Pose’라는 작품입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퀴어 ‘가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테일
오브 시티는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애나 마드리갈이라는 MtF 트랜스젠더 할머니가 살고 있는 잔디와 나무가
자라는 넓은 마당이 있는 어느 언덕 위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여러 퀴어 사람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집에는 게이 커플, 레즈 커플이었다가 그 중 한 사람이 FtM으로 성전환을 하게 되어 트랜스 남성-여성 커플이 된 경우, 그리고 퀴어가 아닌 일반인 부녀와 쌍둥이 아시안 예술가 등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 다
다른 인종과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모여 살며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그런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며,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갈등하고,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함께 살게 되어 가족이 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지지하고 연대하며
삶을 공유하는지를 보여 주는데, 그 중심에는 집주인 할머니인 애나 마드리갈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참고로 엘리엇 페이지가 아직 앨런 페이지였을 때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인 쇼나 역할을 연기하는데,
그와 애나 마드리갈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극의 중요한 축을 담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 드라마를 통해 전에 생각해 보지 않았던 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말 비현실적이고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그래서 그야말로 ‘꿈’에 불과한 생각인데, 드라마를 보면서,
혹시라도 나에게도 애나 마드리갈처럼 하루 아침에 얻게 될 일이 생긴다면 (예컨대,
미국 복권인 메가밀리언이나 파워볼이 당첨되거나…) 나도 저런 집을 사서 퀴어 사람들이
살 수 있는 공간과 가족을 만들고 이룰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게 집 렌트비가 비싼 곳입니다.
갈 곳 없는 퀴어 사람들에게 애나의 집은 안전하고 따뜻하며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합니다. 샌프란시스코 퀴어 역사의 산 증인과 같은 삶을 산 애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퀴어 사람들을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했던 것을 시작으로
삶의 후반부를 그들이 하나 될 수 있게 하는 진짜 퀴어 어른으로 자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각자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지도 않지만,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라도 언제든 환대하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입니다. 드라마를 보신다면 알게
되시겠지만, 그 모든 것에 기반이 되는 애나의 집은 사실 애나의 깊은 상처와 아픔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애나가 그런 멋진 퀴어 어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마땅하고 옳은 일, 충분히 납득 가능하고 멋진 삶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나의 그 모든 모습들이 제가
제 삶도 저럴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 드라마에는 퀴어 가족의 삶의 그려지고 있는데, 제 설명으로 혹시 호기심이 생기셨다면
꼭 한 번씩 시청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의 또 다른 추천작인 ‘포즈’ 또한 퀴어 가족 이야기입니다. 보수적인 흑인 공동체
안에서 퀴어로 산다는 것은 그 공동체로부터 쫓겨남을 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이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게이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쫓겨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쫓겨나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먼저 쫓겨났던 다른 퀴어 어른들이 불러 모아 가족으로 편입시키고 가족이 되어 가게끔,
그래서 그 가족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흑인 퀴어들의
볼룸 뮨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화려한 춤과 의상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에이즈가 막 확산되던 시기에
거기 무방비로 노출되어 희생되는 흑인 퀴어들의 모습과 그 참혹한 현실에 맞서고 함께 연대하는 퀴어 인권 운동의 역사, 인종 문제 등이 모두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포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영어 회화에서 아주 간단하고 자주 쓰는 표현인 ‘I got You’입니다.
문자 그대로 ‘내가 너를 붙잡았다, 붙잡고 있다’라는 의미의 이 표현은
미국 영어에서는, 이해했다, 내가 너를 책임지겠다, 너와 함께하겠다…그리고 나는 네 편이다 정도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한국어에서는 이런 식의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영어 I got You에 담겨 있는 이 정서와 의미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술과 약물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 양아들을 다잡으며
I got You라고 말하고, 너무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혹시 내 정체성과 상황 때문에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염려하고 있는 상대방을 향해 I got You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여왕인, 그래서 모두가 예민하고, 모두가 썅년인
퀴어판에서 서로 박 터지게 싸우다가도 화해하고 나면, 그리고 누구라도 곤란한 상황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우정과 연대를 재확인하며 I got You라고 말하고, 에이즈에 걸려
건강이 점점 더 악화되며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이를 향해 I got you라 고백하며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이 드라마는 퀴어 사람들에게 정말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서로에게 I got You라고 말하며 가족이 되어 함께 그 현실을 헤쳐 나가는 흑인
퀴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실제 배우들 또한 트랜스젠더와 게이, 퀴어 당사자들이 때문에 그들이 뿜어내는 연기의 모습 또한 보는 사람이 압도되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시즌 1, 2의 화려함과 완성도로 인해 3은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적은 편이었지만, 저는 이 모든 사람들의 삶의 결말이 담긴 시즌 3을 오히려 더 선호하고 좋아합니다. 시즌 3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이 드라마를 통틀어 몇 안 되는 비퀴어 캐릭터인 릴 파피인데 여러분도 드라마를 보신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에게 빠져들게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또 실제 미국의 게이 아이콘이자 인플루언서인 가수 빌리 포터가
이 드라마의 중심축 중 한 명인데, 그가 고향에 돌아가 겪는 에피소드와
그 고향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가 정말 기절할 정도로 좋습니다.
한국은 음력으로 새해,
설날이니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하며,
‘퀴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횡설수설이지만 짧게 드라마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미국 기준, 테일 오브 더 시티는 넷플릭스, Fox에서 방영되었던 포즈는 Hulu와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포즈가 (전에는) 넷플릭스에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저는 30대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벽장에서 나와 이쪽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더 많은 이쪽 친구가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몇 안 되는 제 친구들이 그만큼 저에게 더 특별하고 소중합니다. 그리고 제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변함없이 지지하고 함께해 준 일반 친구도 있습니다. 그 모든 사람들, I got You.
의견/문의사항 DM
Bluesky: https://bsky.app/profile/ryaninnj.bsky.social
Twitter: https://twitter.com/newshin1983
*논쟁이나 욕설이 목적이 아닌 문의나 (반가운) 안부 인사를 담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루스카이 DM은 언제나, 누구나 환영합니다.
돈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합니다.
Venmo: @RyanJShin
하나은행 18391029397907 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