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다보니 주제와 흐름이 생긴 글
이 글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쓰고, 포스팅하는 것에 흐름이 끊기면 다시 글을 쓰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놔 버릴 것 같아서, 무엇이라도 적고 블로그에 올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아무런 의제 없이 적어 나가고 있는 글입니다.
오늘은
저의 한 달치 수명이 다시 연장된 날입니다.
며칠 연체가 되긴 했지만, 이번 달 카드 대금을 다 내서 이제 다음달까지 또 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교회는 펜데믹을 지나며, 온라인 예배로 전환된 사이, 이런 저런 각자의 사정들로 원래 몇 안 되던 출석인원이 더 급격히
줄어서, 제가 담임이 되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월급을 주고 계시기는 하지만, 제 한 달 집세만큼도 되지 않을 만큼 적은 비용을 주고 있고, 사실 그것조차도 제가 받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작은 규모라 교회를 통해 제 생활이나 신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교회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는,
나름 약간의 자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 예배만 드리기는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고, SNS에 홍보도 열심히 하고, 또 퀴어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교회라고 하면 그래도 몇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면 어느 정도 교회도 안정되고,
그걸 기반으로 예배 장소도 구하고, 조금씩 커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주 대단한 야심이 있었습니다.
교회를
키워서 재정이 넉넉해지면 그걸로 비자나 영주권도 넣어 신분도 해결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 어쩌면 예상보다 빨리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채 1년이
되지 않아 제 기대가 한참 잘못된 것이었다는걸 깨달았는데, 일단 이 지역에 규모가 큰 한인대형 교회들이 너무
많고, 미국의 퀴어 한국인들은, 보통은 그냥 (한국인답게) 벽장 속에 자기를 감추고 일반의 사람들처럼 대형 교회에 섞여 있거나,
오픈리일 경우엔, 아예 이미 교회로부터 탈출했거나, 그도 아니라면 퀴어를 마음껏 환대하고 있는 미국인 교회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 어디
온라인 구석의 작은 교회가 이제 와서 우리 교회는 한인교회지만 퀴어 사람들을 환대하고 환영합니다 말해도 이미 때는 너무 늦어 버린 것 같았습니다.
꼭 퀴어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교회로부터 마음이 떠난 시대에, 그 떠난
마음들을 이제 와서 사실 여기 이런 교회도 있어요~ 말한다고 다시 돌아오진 않았습니다.
제가
이 교회 담임을 맡아 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처음 받게 되었을 때,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 다 대형교회만 가는데,
이 팬데믹 와중에, 그나마 있던 사람도 이미 몇몇이 떠나서 더 작아진 이 공동체를
이제 와서 내가 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계산도 당연히 있었지만, 앞서 말했던 그런 약간(?)의 자신감과, 안 그래도 미국
전체를 통틀어도 몇 없는 진보적인 한인 교회 중에 이 교회마저 문을 닫게 된다면 이 지역에서 그래도 누군가 진보적인 한인교회 공동체를 찾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들은 갈 곳이 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책임감에
제가 교회를 맡아보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말씀드렸듯,
더군다나 정치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탈출했거나, 미국인 교회를 다니고 있거나, 내 사회적
입장이나 정치 성향과 신앙은 별개라는 마음으로 이미 편하고 좋은 대형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회가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내향적이고, 혼자서는 먼저 나서서 일을 잘 못 벌리는, 생각도 많고, 선뜻 뭘 시도하지 못하는 제 성향이 작은 교회를 규모 있는 교회로 키워보는 것에도 큰 장애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동네에도 가끔 짝을 지어 거리에서 한국인들에게 노방 전도를 하고, 한인 마트 앞에서 트럼프
지지와 한미동맹에 대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할아버지들이 있는데, 진심으로 한편으론 그런 걸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래서, 제가 교회를 맡은 것이 그래도 벌써 몇 년이 되었는데, 팬데믹 때 그 상태 그대로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되었고, 아직 교회 구성원들에게 알리지는 않았지만 저도 내적, 외적 상황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라 요즘은 여러모로 교회와 관련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교회에서도 재정을 맡고 계시는 분께서 지금 교회 재정이 내년
3월 정도면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 저희 교회는 아마
곧, 일종의 ‘청산’ 과정에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교회는 저에게 커밍아웃을 한 한국인 퀴어 담임목사를 인정하고 받아준 곳으로 소중하게 기억될 곳입니다. 함께 예배하고 계시는 분들도, 한 분 한 분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라 제가 더 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크고, 어쩌면 이런 시대, 이런 상황을,
목사의 개인기로 돌파해 내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이 무거울 뿐입니다.
그래도, 글을 시작하며 말한
것처럼, 이번 달에도 한 달치 목숨이 연장되었습니다. 이번 달 목숨이
연장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 교회에서
분기별로 한 번 매달 받는 월급보다 조금 올려 주시지만, 지난 분기에는 한 번 그 비용이 지급되지 않아 문의했더니
교회 사정이 어려워서 이번 달 지나고 다음 달에 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그래서 이번 분기에는 아예 기대도
안하고 있다가, 이번 달이 그 비용을 받는 달이라는 것마저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주일에 갑자기 그 비용을 저에게 송금해 주셨습니다. – 분기별로 조금 더 받는 비용을 계산하지 않고 있다가
짠 하고 받게 되어 마침내 이번 달 연체 금액을 갚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들었던
지난 몇 달간, 나 이제 정말 끝이구나 싶었는데, 친구가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번 달은 정말 꼭 필요한만큼의 돈이 예상 못했던 경로로 채워져서, 위에 계신 분을 원망하고
있던 마음을 아주 약간, 다만 며칠은 접어두고, 또 계속 살아야 하겠습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는 얘수님이었고, 받아야 할 돈을 늦게 받은 것이지만,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돈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또 받게 되었으니 이 또한 은혜라면 은혜일 것입니다.
- (이미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예수님이 되어 준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글로 적어
이렇게 박제합니다. 네가 정말 주님의 사자이며, 천사였다.
앞으로는 조금만 놀리고, 잘 할…ㄲ…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서, 몇몇 분이 후원을 하셨습니다. 익명으로 돈을 보내주신 분도 계시고, 아는 이름도 있었는데, 그래서 글을 계속 쓰고, 그래서
한국인 퀴어 목사가 있다는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습니다. 일일이 연락 드리지 못했는데,
이렇게 감사 인사를 먼저 전합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소소하게 마음 전하고,
인사도 제대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사이 상황이 아주 급격하게 바뀌어서 다른
길이 열리게 될지, 혹시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약속과 고마운 마음,
인사를 전합니다.
한국의
엄청난 상황이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난 주말, 큰 승리가 일단 있었으니, 이번주에는 미뤄 둔 퀴어 관점으로 성경 읽기, 퀴어 복음, 퀴어 하나님에 대한 글을 정리해서 적고, 게시해 보겠습니다.
주일마다
설교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글을 쓸 때도, 이 글은 누가 볼 수 있다면 좋겠다, 보고 같이 이야기하게 되면 좋겠다 그럴 때가 있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설교를 더 잘 준비하게
만들고, 또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게 되는 동기, 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퀴어 동료(벗…같은 시적인 단어는
멋있어 보이는 건 맞는데 제가 너무 낯 간지러워서 못 사용하겠고, 일단 동료… 정도로;)들도 혹시 제 글이나 삶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 안부를 묻고 싶을 때가 있다면 언제든,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루스카이 DM을 남겨 주세요.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다 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엄청 반갑고 오~ 계속 써야겠다 그런 마음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를 알지 못하시는 분이 글 읽어 주셨다고 말해주시는 것도 기쁘고, 아는 사람이
아는 척…하는 것은 많이 부끄럽지만…인사하면 좋죠.
국회의장님
말씀처럼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다들 이제 송년회도 하시고,
이태원, 종로, 신림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연말
되세요. 날씨가 많이 추운데, 모두 건강하시고, 혹시 마음이 추우신데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아주 약간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그것도 연락주셔도 됩니다. 목사는 원래 그런 일 하는 사람이니까. 아무튼 저는 이번주에도 글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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